에너지정책 방향 제시 권한
공론화위 훈령에 포함 안돼
‘탈원전 유지’는 13.3%불과

청와대와 정부는 탈원전 정책 유지의 이유 중 하나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원전 축소’ 권고를 꼽고 있다. 공론화위는 20일 정부 권고안에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재개와 함께 원자력 발전 비중을 축소하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야당과 전문가들은 공론화위가 설치 목적과 재량을 벗어난 확대 해석과 월권행위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론화위 설립 근거는 지난 7월 17일 발효된 국무총리 훈령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다. 이에 따르면 공론화위는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중단 여부에 관하여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설립됐다. 훈령에는 공론화위가 향후 탈원전 등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규정·권한·목적을 담고 있지 않다. 청와대 또한 공론화위의 권고안 발표 이전에 공론화위의 판단은 “신고리 5·6호기에 한정돼 있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 하지만 발표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보다 원전 축소 방향에 대한 조사 내용을 강조하면서 탈원전 또한 공론화위를 통해 드러난 국민의 뜻처럼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가 탈원전 기조에 대한 지지로 해석하기에 시민참여단의 원전 축소 의견이 압도적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론화위가 시민참여단에 ‘우리나라 원전 발전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냐’고 한 질문에 원전 축소는 53.2%, 원전 유지는 35.5%, 원전 확대는 9.7%였다. 원전 유지와 확대 응답을 합치면 45.2%로 오차 범위(7.2%)를 겨우 넘어선 8%포인트 차밖에 나지 않았다. 공론화위가 권한에도 없이 진행한 설문의 답변을 가지고 권고까지 할 만한 유의미한 내용이 아니라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의견이 강하지 않은 시민참여단 구성원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택한 후 심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향후 원전 축소’를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공론화위의 조사에서 원전 재개 이후 필요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 ‘탈원전 정책 유지’라고 응답한 비율은 13.3%에 불과했다. 안전 기준 강화가 33.1%,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가 27.6%, 사용후 핵연료 해결 방안 마련이 25.4%였다. 탈원전 혹은 원전 축소와 관련된 숙의 과정이 제대로 진행됐을 경우 원전 발전 정책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또한 달라졌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를 의식한 듯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했던 약속이란 게 더 큰 추진 근거”라며 “공론화위의 조사를 근거로 말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