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脫원전 정책 폐기를”
‘축소·확대 공방’ 치열해질듯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입장 표명에서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야당들은 23일 한목소리로 신고리 5·6호기 일시 공사 중단 피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과와 탈원전 정책의 폐기를 촉구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엄청난 국가적 손실, 사회 혼란과 손해를 초래했는데도 대국민 사과 없이 오히려 (공론화 과정을) 미화시키고 있는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한국당은 국익을 저해하는 졸속 원전 정책을 폐기하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1000억 원을 낭비했으면 그만큼 깊이 성찰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의 집단지성 앞에 깊이 반성하길 바란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서 안 된다”며 “대통령 사과가 필요하며, 청와대 참모와 정부부처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사람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 입장 표명에 대해 야당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공론화위의 원전 축소·확대 방안 관련 문항을 놓고 청와대가 자의적 해석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앞으로 탈원전 정책을 두고 공방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대통령 사과 요구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론화위 등의 절차 없이 공약을 뒤집은 게 아니기 때문에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공론화위의 권고 내용을 충실하게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24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에 따른 후속조치 방안이 의결될 예정이다. 이 후속조치는 사실상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수명이 연장된 월성 1호기를 조기 가동 중단하고, 신규 원전 불허 방침을 공식화할 방침이다.

김병채·김윤희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