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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1기당‘재순환 비용’산출
해체시 경제기여도 극히 미미

해체, 미래산업 육성 밝혔지만
기술수준 걸음마 단계인 데다
자국기술 선호…시장개척 한계
건설·운영기술 포기‘어불성설’

정부가 기존 원자력발전 산업을 대체할 분야로 원전 해체 산업 육성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원전 해체 분야가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이 극도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전 해체 분야는 애초 원전을 건설했던 국가가 주도하는 ‘자국 기술 선호’ 경향으로 인해 원전 건설과 운영 기술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한국이 원전 수출을 외면한 채 초반 수준인 해체 기술에 역점을 둔다는 게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시장 개척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내부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전 1기의 연간 평균 운영비용 3278억 원 가운데 국민경제에 다시 순환하는 비용은 1760억 원인데 비해 해당 원전의 연간 해체비용은 429억 원(해체기간 15년 산정), 국민경제 재순환 비용은 276억 원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경제 재순환 비용만 따져 볼 때 해체비용은 운영비용의 16%에 불과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 해체를 미래 산업으로 육성할 뜻을 밝혔지만 원전 해체 분야가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은 원전을 계속 가동해 얻는 것보다 턱없이 낮다는 얘기다. 실제 원전을 해체하는 비용은 2015년 기준 1기당 6437억 원(원전 1기 건설 시 해체적립금)으로,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 있는 원전 36기를 모두 해체할 경우 총 23조1732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원전 해체비용을 최대치로 잡은 수치인 데다, 원전 건설(1기당 평균 4조∼5조 원)과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다.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1960∼1980년 사이에 건설한 원전의 사용기한이 임박해 2020년 이후 해체시장이 매우 커지고, 한국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 해체기술은 원전 선진국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자국이 지은 원전을 자국 기술로 해체하고 있다.

해체를 경험한 국가는 미국(15기), 독일(3기), 일본(1기) 3개국 뿐이다. 2020년대에 183기, 2030년대 이후 216기 등 원전 해체 시장이 늘어나겠지만, 이 수요는 모두 해당 국가에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업계가 이미 보유한 원전 건설·운영 기술을 포기하고 해체 기술에 정부 역량을 쏟아붓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해체 기술은 미국·영국·독일이 보유하고 있고 공정 설계와 원격으로 제염하는 기술, 해체 등으로 나뉘지만 원전을 짓고, 안전성을 담보하는 운영 기술과 비교해 볼 때 경제적인 측면을 포함해 독자적인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