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진단

“기형적 대학진학 구조 문제
기술자 우대 풍토 만들어야”

‘인재 전쟁’으로 비유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선 과학·산업 부문 우수 인재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우수 인재를 꾸준히 배출하고 해외로 유출되는 부작용을 막으려면 정부의 세밀한 지원 정책과 함께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고질적인 ‘의대 쏠림 현상’으로 산업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첨단산업은 결국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수 이공계 인재가 의대에만 진학하려는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며 “어린 시절부터 아무리 이공계 부문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도 결국 과학·산업계보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보장된 의대로 발길을 돌리는 학생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수 이공계 인재들의 눈높이에 맞는 보상을 하는 한편, 인재 공급이 당장 여의치 않다면 해외 우수 인재들을 확보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높은 대학 진학률 역시 산업 발전을 이끌 고급 인재 양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산업 현장에선 뛰어난 기술인력 확보 역시 중요한데, 기형적인 대학 진학 구조 때문에 고교 때부터 높은 수준의 기술을 익히려는 기능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독일처럼) 숙련된 기술자들을 우대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새로운 인력도 유입되고 생산현장에서 기술혁신이 이뤄져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인재정책연구단장은 “우리 산업계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는 첨단 산업을 이끌 인재들이 활약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홍 단장은 “국내 이공계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만 볼 수 없다”면서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데, 세계 어디서든 인정받을 수 있는 인재가 더 나은 대접을 받기 위해 국내를 떠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홍 단장은 “비슷비슷한 일자리만 만들어 성장을 지탱하는 것은 한계에 봉착한 만큼, 이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 고도의 역량을 지닌 1%의 전문 인재를 길러내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며 “이는 정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몇몇 대기업에만 투자를 강요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양측이 함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사회적인 관심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