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계 ‘법인세 인상’ 반응

“조세부담 증가 투자심리 위축
일자리 창출 막는‘모순’증세”
법인세 인상, 세계추세에 역행

“세율을 높이는 것보다 세원을 확대해야 세수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다. 기업들로서는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축소, 상생 협력에 법인세 증세까지 ‘사중고(四重苦)’다.”

재계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 재원 확보 필요성 등 총론에서는 공감하지만 법인세 증세를 둘러싼 불편한 속내를 감추진 못했다. 기업의 조세부담을 늘리면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결국 경영활동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일자리 창출이란 증세 취지가 기업들을 일자리를 못 만드는 구조로 내몰아 모순을 떠안은 세제란 지적도 제기됐다.

우선 법인세 증세 방향성이 지적됐다. 세율을 높이는 것보다는 세원, 즉 시장 파이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큰 틀에서 보면 이번 법인세 인상은 세수가 줄어드는 구조”라며 “세율을 높이면 원가부담이 커지고, 가격경쟁력이 약해지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해 결국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기업들에 조세부담을 쉽게 전가했다는 얘기다.

증세 취지가 오히려 기업 투자심리에 상충되는 정책상 모순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익 자체가 줄어버리면 기업은 고용이나 투자 등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고용을 위한 증세지만 결국 고용시장 환경을 악화시켜버린 셈인데 이처럼 일관성 없는 구조에서는 기업들이 방향성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선 전 세계 추세에 역행한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부담은 협력사와 근로자, 소비자, 주주 등 여러 경제주체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며 “법인세 인상 효과가 충분치 않아 선진국들도 인하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중견기업계도 성장동력 확보 및 투자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와 증여세 과세 강화에 대해서도 중견기업이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와 기술유출 방지 등으로 부득이하게 계열사 간 거래를 하는 상황을 간과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은 프랑스, 미국 등 국제적인 법인세 인하 추세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합리적인 사회적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유현진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