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오른 노동계, 숨 죽이는 기업… 줄줄이 이어지는 파업

이미지 크게보기“최저임금 1만원 실현” 김주영(왼쪽 다섯번째) 한국노총 위원장과 최종진(〃 여섯번째)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시급 1만원 실현’을 위한 양대노총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현대車·한국지엠 파업예고
신차공급 안되고 매출 타격
정부 미지근 반응에 격화조짐

경제계 대변 목소리는 실종
“노조, 대화의지 있는지 의문”b>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부’를 자처하며 노동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자 하투(夏鬪)의 분위기도 예년보다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눌려 재계는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숨을 죽이는 모양새다.

11일 재계 및 노동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에 따른 중국시장 판매 급감 등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노조 파업이 현실화되면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내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6월 출시한 현대차 ‘코나’와 오는 13일 출시를 앞둔 기아차의 ‘스토닉’ 등 신차들이 파업 여파로 제때 공급되지 못하면 매출은 물론, 대외 신뢰도 부문까지 타격받는 등 충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7일 노조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한 한국지엠도 막대한 경영적자에 파업까지 더해지면 GM 본사의 철수 검토까지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반면, 정부 정책에 재계 입장 반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실종된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문재인 정부 출범 초인 지난 5월,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가 청와대와 여당의 공개 경고를 받은 이후 재계 단체가 모두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이럴 때일수록 합리적 대화를 토대로 상호 양보와 이해가 필요한 부분을 중재하는 창구가 있어야 하는데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골목상권 살리기, 재벌개혁 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신정부 정책에 재계가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어 대책이 실종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년보다 낮은 임금 결정 진도율은 하투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 5월까지 1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 결정 진도율은 10.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포인트 낮다. 반면, 통상임금 인상률은 5%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높다. 임금협상 속도는 더딘데 높아진 임금인상률은 새 정부 들어 힘이 실린 노동계의 목소리를 방증한다.

이 같은 노동계 움직임에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과거 정부는 노조의 파업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노동계는 근로자 처우 개선을 넘어 사회적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면서 하투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지금까지 노동계의 총파업 투쟁과 수위를 보면 과연 협상·대화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회사와의 대화는 물론, 노사정위원회라는 기구도 존재하는데 일단 노조의 주장부터 내세우려는 자세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진영·이민종·김남석 기자 news119@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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