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굳은 결의?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의 공연장 케네디 센터에서 참전 용사들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연주회 무대에 올라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무역·통상전문가 평가

트럼프‘재협상’기정사실화
韓 “합의문 포함안돼” 부인
對美통상 불확실성 키운 꼴
서비스 개방압력 가중 확실
구체적 시나리오 검토 통해
종합전략 마련 美공세 대응을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란 숙제를 떠안게 되면서, 미국의 무역압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전 준비가 미흡했던 통상 정책의 재정비, 새롭게 진용조차 갖추지 못한 ‘통상 컨트롤 타워’ 구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3일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대미 무역·통상 부문에서는 불확실성을 더 키웠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사전 의제조율을 제대로 해 통상분야의 불안 요소를 없앴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양국 정상회담 합의문에 통상 분야는 제외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기정사실처럼 발언했고, 우리 정부는 “재협상은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부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측은 한술 더 떠 통상수장들이 한·미 간 무역 불균형을 언급하며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외부에 공개하기도 했다. 양국 간 입장 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당초 이번 정상회담에서 통상 분야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의제화하지 않기로 했지만, 막상 미국 측은 한·미 FTA 재협상이나 철강·자동차 품목 적자 문제를 가감 없이 외부에 공개했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불균형 이슈 제기와 한·미 FTA 재협상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우리 할 말은 했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실리의 측면에서 확실하게 챙겨가야 하는 통상외교의 속성을 너무 안이하게 파악했고, 이에 대한 준비도 미흡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 FTA 재협상의 사실상 ‘물꼬’를 튼 것이며, 이에 대해 우리 정부 역시 다양하고 구체적인 시나리오 검토를 통해 최대한 국익을 챙기는 전략을 마련해 미국의 공세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각에서는 일부 품목에 대한 부분 협상이 아닌 전면적인 협상을 통해 우리 무역이익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재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며 서비스 분야 등에 대한 우리 시장의 추가개방 압력도 높아질 것”이라며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의 (무역불균형) 주장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부분이 아닌 전면 재협상을 통해 우리의 이익을 높이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의 철강 안보보고서 및 무역적자보고서 등 우리에게 불리한 보호무역주의 보고서들이 이번 주에 나올 것으로 예상돼 한·미 간 통상 갈등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