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비즈니스 서밋 간담회서
“FTA 정신과 맞지않아” 주장

‘특허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역대 최고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퀄컴이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복수의 방미 경제인단 관계자에 따르면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서밋’ 주요 기업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공정위 제재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간담회는 경제인단 만찬을 앞두고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문 대통령과 양국 상공회의소 회장, 퀄컴을 포함해 사전에 선정된 양국 주요 기업 CEO 등이 들어갔다.

제이컵스 회장은 간담회 인사말에서 “퀄컴에 대한 공정위 제재가 공정하지 않았다”며 제재의 부당함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컵스 회장은 공정위와의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제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정상적인 경쟁을 방해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며 과징금 1조300억 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재계 일각에서는 제이컵스 회장의 발언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가 논의될 것이라는 점을 노린 계산된 발언이라는 시각이 나왔다.

퀄컴의 돈 로젠버그 총괄부사장은 지난해 12월 공정위 제재에 대해 “조사 기간 공정위에 사건 기록에 대한 접근권, 증인 반대신문권 등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우리의 요구와 권리는 한·미 FTA 아래 미국 기업에 보장된 것이었지만, 공정위는 절차적 보호 조치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미국 재계는 중국 등 외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특허권 보호를 중요한 문제로 부각하고 있다. 간담회는 인사말만 하는 자리라 문 대통령이 제이컵스 회장의 발언에 답변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