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정상회담후’ 대책

‘韓 주도적 역할’ 외교적 한계
韓·美·中 3국 공조강화 필수
무리한 대북정책땐 동맹균열

FTA청구서·방위비 분담금도
철저한 사전 대비책 마련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신뢰구축과 대북정책 총론 합의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북핵 문제 대응에 있어 주도권 확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및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 부담스러운 과제를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뢰 구축이라는 성과를 과대평가해 무리한 대북 정책에 나설 경우, 한·미동맹 균열 등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오는 5일 독일로 출국해 중국, 일본 정상과 첫 만남을 가지는 등 북핵 외교 2라운드에 돌입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3일 “한국이 (평화 통일 환경 조성을) 주도한다고 했지만 실제 남북 정상회담을 몇 백 번 해도 북한이 핵을 내려놓을 카드는 미국이 가지고 있지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다”며 “북핵 동결까지는 제재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동의 없이 독자적인 대북 정책을 펼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에 포함된 ‘북한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기 위한 기존 제재 이행 및 새로운 조치 시행’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등의 대목이 이를 뒷받침한다.

앞으로 미국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을 한·미 FTA 재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도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기정사실화로 반발이 큰 대중국 외교 해법도 주목된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한·미·일 3국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큰 과제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면 미국이 반발하고,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면 중국의 경제 제재 등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