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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술연구소 / 제현주·금정연 지음 / 어크로스

“내일은 막막하고 마음은 불안한 시대, 좋은 일상을 만드는 구체적인 기술을 연구합니다.”

지난해 5월 18일 ‘일상기술연구소’라는 다소 엉뚱한 간판을 내건 인터넷 팟캐스트가 시작됐다. 일상기술이라니,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 무슨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게다가 그런 기술을 도대체 어떻게 연구한다는 것인지….

투자 전문가로 일하다가 협동조합을 꾸려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에 도전하고 있는 제현주 작가와 프리랜서 서평가인 금정연 평론가가 MC 투톱. 불확실성의 시대에 미래를 고민했던 이들은 ‘막막함’을 풀어볼 키워드로 ‘일상’을 방송의 주제로 택했다. 대신 일상이 말 그대로 평범함에 그친다면 무의미할 터. 이들은 일상에 충실하되 매우 구체적으로, 그리고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상의 고수’들을 게스트로 초청해 그들이 살아가는 기술을 살펴봤다. 일상기술을 먼저 시험해 본 게스트들의 실용적 조언은 청취자들에게 널리 공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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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 중 지난해 ‘시즌1’의 핵심적 강의 10가지를 압축한 것이다. 현재 방송은 ‘시즌2’에 들어가 있다.

핵심 기술 10가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돈 관리의 기술’이다. 초대된 게스트는 박미정 경제교육협동조합 푸른살림 대표. ‘생활경제 코치’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적정소비생활’의 저자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자신도 돈으로 ‘사고’를 치고 난 후 비로소 돈의 교훈을 깨달았다. 그는 금융위기 때 신용카드 연체, 개인파산을 겪으면서 돈 관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는 “돈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쓰냐의 문제”라며 “신용카드부터 없애고 현금으로만 살았다. 또, 한 가지 항목을 정해 지출 안 하기 등을 시도하다 보면 돈 쓰는 감각을 깨치게 된다”고 말했다.

‘손으로 만드는 기술’도 눈에 띈다. 생활공동체 ‘문화로놀이짱’의 대표 ‘아랑’은 폐목재를 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제작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자기 일상에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 쓰는 행위의 힘을 느끼게 됐다”며 “최근엔 공방이 많이 생겼다. 처음엔 이런 걸 활용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생산한 제품을 판매로 연결해야 한다. 아랑 대표는 “시장을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도 대안이다. 연결된 시장이 생기면, 작지만 나름의 지속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립생활의 기술-나만의 작은 가게 꾸리기’나 ‘프리랜서로 먹고 살기’에는 보다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사례가 나와 있다.

박혜령 씨는 취미생활로 시작한 제빵 기술을 활용해 어엿한 동네 빵집의 주인이 됐다. 박 씨는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2000만 원으로 홍대 인근에 베이글 전문 숍을 창업했다. 월세 150만 원의 작은 가게였다. 그러나 ‘슌베이글’이라는 브랜드를 짓고, 온라인 택배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전국으로 빵을 배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는 “직장생활과 병행하면서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테스트를 하면서 서서히 무게중심을 이동해 가는 방식이 창업에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일러스트레이터인 김호 씨와 출판 에디터 정유민 씨는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개척하고 있다. 김 씨는 직장 경험 없이 아예 프리랜서로 출발했다. 스스로 프로젝트를 벌여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는 “프리로 살려면 얼굴이 두꺼워야 하고, 지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만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씨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개업한 경우다. 정 씨 역시 ‘뫼비우스의 띠지’라는 팟캐스트로 우선 자신을 알렸다. 그는 “회사 다닐 때와 똑같이 벌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프리랜서를 고민한다면 우선 통장에 돈을 모아두고, 회사 안에서 해볼 수 있는 일은 다 해볼 것”을 귀띔했다.

결국 우리의 일상을 구원해 주는 것은 결정적 ‘큰 기술’이 아니라 만만한 ‘작은 기술’임을 저자들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누가 시킨 게 아닌, 조금 다른 일을 벌여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참고서가 될 듯하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