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다시 웃는 김정은 김정남 암살 배후로 지목되는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최근 현대화공사를 마친 황해남도 삼천군의 삼천메기공장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된 후 첫 공개 활동이었던 지난 15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 75돌 기념 중앙보고대회에서는 눈에 띄게 어두운 표정을 지은 바 있다. 연합뉴스

- 수사 남은 과제

부검 통해 독극물 안드러날땐
자백·물증 의존할 수밖에 없어
범행에 쓴 증거물 확보가 관건
北국적 용의자 3명 검거도 시급

말레이시아 당국의 김정남 시신 부검을 통한 사인 규명이 지연되는 가운데, 범행에 사용된 독극물 헝겊 등 추가 증거물 확보에 현지 수사 당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르면 22일 발표되는 김정남의 시신 부검 결과에서 독극물의 실체가 공개되지 않을 경우 체포자들로부터 확실한 자백을 받거나 독극물 관련 추가 물품을 찾아내는 등의 ‘스모킹 건’ 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1일 김정남 암살 사건 관련 추가 확보가 시급한 증거물로 독극물 스프레이 용기나 독침, 독극물 헝겊 등과 이들 도구를 다룰 때 사용된 장갑 등이 주목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이 용의자들의 구체적인 범행 수법은 물론 독극물의 정체를 확인하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피마자 씨에서 추출한 리신에서부터 복어 독까지 갖가지 추측만 난무할 뿐 독극물의 정체는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인 성주일보(星洲日報) 등은 앞서 베트남 국적으로 알려진 도안 티 흐엉의 가방에서 독극물이 든 병이 발견됐다고 보도했으나 김정남 암살 때 실제 사용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21일 베트남 현지 언론을 인용, 흐엉이 베트남 하노이의 약학 전문학교에 다니고 있었다면서 흐엉도 북한 국적 리정철과 마찬가지로 약학 전문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가 김정남의 시신 부검 결과를 이르면 22일 발표할 것으로 밝힌 가운데, 과거 구소련에서 쓴 것과 같이 신체에 흔적이 남지 않는 독극물이 사용됐을 경우 사인 규명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말레이시아가 독극물의 실체를 어느 정도 확인했으나 북한의 반발에 대비해 제3국으로부터 추가 검사를 받는 등 부인하기 어려운 증거를 확보하려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말레이시아가 확실한 물증을 포착할 경우 “숨진 남성은 자연사한 것”이라는 20일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의 주장과 달리 쉽게 구할 수 없는 독극물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며, 북한이 의도적으로 거짓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고 보고 추적 중인 북한 국적의 리지우 등 3명의 추가 검거도 남은 과제다. 이들이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이 김정남의 말레이시아 입·출국 일정과 동선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조력자들도 사건에 상당 부분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흐엉과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 리정철 등 체포된 용의자들로부터 추가 자백을 받아내거나 리정철의 구체적인 사건 가담 행적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나 이들이 거짓진술로 일관하는 한 쉽지 않다. 북한으로 돌아간 4명의 용의자를 말레이시아에 송환해 수사를 벌이는 것도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 당국의 협조 의지가 없는 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