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알라룸푸르 현지 르포

내외신 취재진 수십명 북적
리정철 가족행방 묘연 ‘의문’

북한에 의해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이 아버지의 시신을 인도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HKL)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21일 오전 7시, 해가 채 뜨지도 않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HKL 법의학 건물 앞에는 수십여 명에 달하는 내외신 취재진이 북적였다. 일부 취재진은 김한솔이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20일 저녁부터 병원 앞에서 밤을 지새운 듯 간이 의자에 앉아 졸거나 잠을 청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김한솔의 입국 여부는 공식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지 언론매체들은 김한솔의 방문을 기정사실로 하는 내용의 기사를 연이어 게재하고 있다. 현지 매체인 ‘더 스타’는 지난 20일 “김정남 아들 한솔이 쿠알라룸푸르에 온다는 소식에 내외신 기자들이 국제공항2로 몰려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 일본, 중국을 포함한 외신들이 이날 김한솔이 에어 아시아 AK 8321편을 이용해 쿠알라룸푸르에 온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으나 발송지가 어디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HKL 법의학 건물에는 경찰 특공대가 배치되는 등 경계가 강화돼 조만간 김한솔이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복면과 기관총, 방탄조끼 등으로 무장한 경찰 인력 10여 명이 건물 내외를 샅샅이 살피며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또 취재진의 건물 접근은 물론 질문도 철저하게 차단했다.

한편 김정남 암살 사건의 핵심 용의자들이 북한으로 도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미 검거된 리정철(47)이 사건의 의혹을 풀 ‘키맨’으로 떠오른 가운데, 그의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의 행방이 묘연해 의구심을 낳고 있다. 북한 측이 자칫 가족들을 볼모로 리정철을 압박할 경우 수사가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이자 북한 국적 리정철을 붙잡아 조사 중인 말레이시아 세팡경찰서 관계자는 2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리정철의 가족들을 경찰이 보호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들은 용의자가 아닌 만큼 경찰이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다른 지역 경찰들도 그들을 데리고 있거나 보호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7일 오후 10시쯤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30분가량 떨어진 잘란 쿠차이라마 지역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리정철을 검거했다. 당시 리정철은 아내를 비롯해 가족들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리정철이 검거된 후 아내는 병원에 실려 갔으며 이후 경찰이 데리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이 리정철 가족을 보호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이들의 해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취재진이 해당 호수에 여러 차례 벨을 눌러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해당 아파트 내부에서는 여전히 사복 경찰관들이 상주하며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경찰들에게 접촉해 “리정철 가족의 행방을 알고 있냐”고 물었지만, 그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쿠알라룸푸르=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