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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교수 경영학

정부가 일자리 보완 대책을 수없이 쏟아냈음에도 상황은 더 나빠졌다. 전체 취업자 수는 바닥이고 실업자도 100만 명을 넘어섰다. 청년실업은 더 심각하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918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졸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한 410개 상장사의 총 채용 규모는 4만5405명으로 지난해보다 5.24%나 줄었다. 326개사는 채용 계획조차 못 세웠고, 182개사는 아예 채용을 포기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 보릿고개’에 들어선 대학생들은 치열한 취업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대학 졸업생 수가 올해부터 3년간 사상 최대 수준이 될 것이라니 고용절벽은 현실이 됐다.

그렇지만 국정 혼란과 경기 위축으로 고용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특검 수사로 17일 부회장이 구속된 삼성그룹은 신규 투자계획도,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일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파산선고나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 고용을 주도해 온 노동집약형 산업들이 회생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취업을 포기하고 창업하는 젊은이는 늘었으나 대부분 ‘홀로 자영업자’다. 이렇게 종업원 등과 관련된 인건비를 줄이는 사업에 치중하게 되면 고용 유발을 기대하기 어렵다.

탄핵 정국에서 내놓는 일자리 해법들을 보면 임시방편 일색이다. 공공부문에서의 고용 창출은 고정 비용이 돼 성장정책으로 받쳐주지 않으면 재정적자로 귀착된다. 청년수당도 근로를 통한 소득의 가치 부정과 자유로운 경제 활동의 저해로 실업이 장기화하고 근로의욕이 감퇴해 고용 확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성장 없는 일자리 대책은 허상이다. 성장률을 높여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소비도 늘어나 다시 성장률을 높인다. 성장을 말하지 않고 고용과 생활 안정을 운운하며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면 그건 혹세무민이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며 모든 나라가 일자리 고민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등 과격한 정책을 내놓았다. 기업 활동을 촉진해 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감세정책을 추진해 기업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도 병행하고 있다. 일본의 청년실업률은 한국의 절반 수준으로, ‘졸업이 곧 취업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임금 체계를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전환해 기업의 경쟁력을 키운 것이 한몫했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 등 혁신에 반발하며 자신들 이익만 챙기고 있다. 국회는 재벌 개혁에만 집착해 기업의 투자 의욕과 고용 의지를 약화시키는 규제들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기로 한 상법개정안은 대주주 의결권 제한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포함돼 있어 경영권 약화가 불가피하다. 재벌과 대기업을 겨냥했다지만 중소·중견기업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상장회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상장 기피 요인이 돼 사업과 고용 확대의 기반인 자본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다. 정국 혼란 속에 투자와 고용 문제가 정치권의 관심사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누구든 일자리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현실감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정권을 잡기 힘들 것이다. 설령 정권을 잡는다 해도 그 환상이 깨지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자리의 해답은 민간 기업의 고용 의지를 높이는 기업 환경 조성에 있다. 국민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정치권이 지속 가능한 일자리 정책을 내놓고 있는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