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도피 등 혐의 추가했지만
법조계 “뇌물죄 틀 바뀌지 않아”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청와대의 지원을 받고 그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 측에 거액을 건넸다”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총 5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14일 재청구했다.

그러나 15일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특검이 삼성의 ‘부정한 청탁’이나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뇌물죄 틀’이 달라지지 않은 만큼, 법원이 기존 판단을 뒤집고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강요로 최순실(61) 씨를 지원했다’는 논리를 깨기 위해 ‘국정농단’이 드러난 와중에 삼성이 최 씨의 딸 정유라(21) 씨에게 ‘위장 계약’까지 하며 30억 원대 명마 ‘블라디미르’를 사준 점 등을 대가성 정황으로 내세우며 영장 발부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며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모두 5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 씨 소유의 비덱스포츠(옛 코레스포츠)와 체결한 213억 원의 계약 가운데 79억여 원이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집행됐다며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새로 적용했다. 또 지난해 10월 위장 계약을 통해 정 씨에게 블라디미르를 사준 것이 범죄수익 은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검 관계자는 “삼성이 불법 송금, 위장 계약까지 하며 박 대통령 측을 지원했다”며 “이는 박 대통령 측의 강요 때문이 아니라, 대가를 바라고 자발적으로 움직인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영장 기각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부정한 청탁 및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직접 증거를 특검이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검은 ‘묵시적 청탁’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데, 이를 법원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뇌물죄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증거가 추가됐다고 해서 법원이 갑자기 의견을 뒤집을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