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이재용 구속도 국민의 명령?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과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규탄 법률가 농성단’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2만4749명의 서명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영장 재청구 우려 증폭
“최순실 사태, 기업 희생양 삼아”
퇴진행동측, 2만여명 서명 전달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재청구에 대해 법리(法理)보다 반(反)기업 정서를 앞세운 ‘촛불 여론’의 압박에 휘둘렸거나 편승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5일 법조계·재계 등에 따르면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과 구속영장기각규탄 법률가농성단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팀 사무실을 찾아 이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 서명(2만4749명)을 전달했다.

이후 특검팀은 3∼4시간 뒤에 서울중앙지법에 이 부회장의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재청구했다. 지난 1월 19일 법원이 영장 청구를 기각한 지 26일 만으로, 발부 여부는 16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퇴진행동은 그동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주말 광화문 집회에서 연루 대기업 회장들의 구속을 촉구하는 한편,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도 시위를 벌여왔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삼성 한 곳에 대해서만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면서 뇌물죄로 얽어매려 하는 것은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여론 수사와 재판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여론전이 격화되면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은 절대로 이런 광장의 압박에 굴복하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간에 쫓기는 특검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확실한 ‘한방’이 필요한데, 그 표적이 삼성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건이 정치권의 무능과 후진성을 보여준 것인데도, 그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려는 사회 기류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기업 파괴하는 상법 개정안’ 세미나에서 “최순실 사건의 책임은 정치 시스템의 후진성과 정치인들의 무능함에 있는데도 그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며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책임을 감추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관범·임정환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