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환출자 논란 정면 반박

특검 “靑 외압… 매각지분 축소”
삼성 “1000만주 다 팔았어도
경영권 유지와 전혀 상관없어”

‘대통령에게 부정청탁을 했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겠는가?’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차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뇌물죄 적용 논란을 둘러싸고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2015년 7월 17일) 찬성’ 건이 최대 쟁점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재청구 건에서는 ‘삼성물산 합병 이후의 신규 순환출자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검 측은 공정위가 관련 법·제도를 적용하면서 삼성에 특혜를 제공한 것은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 측에 부정청탁을 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 측은 “해당 현안이 다급한 사안도 아니었고, 혜택을 본 것도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15일 법조·정부·재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2015년 7월 24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한 후에 삼성 측이 같은 해 9월부터 최순실 일가의 승마 지원을 시작하면서 순환출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부정청탁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공정위가 발표한 ‘합병과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보면 오히려 공정위가 삼성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결과로 순환출자 고리가 10개에서 7개로 줄어들어 신규 순환출자로 볼 이유가 없다고 공정위에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런 삼성 측 의견을 무시했다. 삼성SDI가 각각 보유했던 삼성물산(7.2%)과 제일모직(3.7%) 지분이 합병으로 합쳐지자, 이를 신규 출자로 해석해 2.6%(500만 주)를 매각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다. 다급한 삼성 측의 로비를 받고 공정위가 이 과정에서 매각 지분을 1000만 주에서 500만 주로 낮춰줬다는 의혹도 나오지만, 삼성 측은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물산에 대한 대주주 및 우호 지분은 이미 50%에 육박해 2.6%를 매각하든 5.2%를 매각하든 경영권 유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관범·임정환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