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찬성”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9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 퇴진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퇴진행동’ 안진걸 운영위원

“내용·과정 등 세계가 감탄
헌재가 국민호소 들어주길
보수도 따끔한 비판 나서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국회가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함에 따라, 박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넘어간 지 26일로 17일이 됐다. 그러나 주말마다 서울 도심에서는 여전히 박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린다. 박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에는 지난 24일 9차 집회까지 총 892만7150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해 연인원 1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보수 진영의 맞불 집회도 24일까지 6차례나 개최됐다. 양 측은 각각 헌재에 탄핵 인용과 기각을 요구하며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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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내용과 과정, 절차에 있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확장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서 상임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안진걸(44·사진)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와 만나 “마치 왕이라도 되는 듯 국민 위에서 군림하며 부당한 행위까지 한 박 대통령에게 분노한 국민이 촛불집회를 자발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 처장은 “촛불집회를 통해 민주공화국에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부당한 권력을 행사한 대통령은 중간에 퇴진시킬 수 있다는 의식이 확산됐다”며 “특히 박 대통령 비호 세력에게 빌미를 주지 않도록 국민이 자발적으로 비폭력 평화집회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0만 명 안팎의 인원이 모이고도 약탈이나 방화 등 불상사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데 대해 전 세계인이 감탄과 찬사를 보내고 있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 처장은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결단하거나,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결코 ‘촛불 동력’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처장은 “촛불은 청와대와 총리 공관 근처에 이어 이제는 헌재 앞에서 더 큰 빛을 낼 것”이라며 “헌재가 집회·시위 자유 확대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간절한 호소와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 처장은 특히 “박 대통령으로는 국정 수행이 불가능하고 국민 고통만 커지고 있기 때문에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와 관계없이 박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각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큰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처장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석방 요구 등 집회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지적과 관련, “이 전 의원 석방 요구는 퇴진행동의 공식요구는 아니다”고 밝혔다. 안 처장은 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선 항소심 선고 전에 공식적으로 두세 차례 석방요구를 한 적이 있는데, 이는 꼭 필요한 주장이었다는 점을 소통하고 있고, 다만 의제확장을 우려하는 국민시선도 있기에 촛불집회의 내용에 면밀히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주장했다.

안 처장은 “다만, 수백만 명이 모이는 광장에선 수백 개의 의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처장은 박 대통령 지지단체들의 ‘맞불집회’와 관련, “진정한 보수를 자임한다면 권력이 잘못할 때 무조건 옹호할 게 아니라 따끔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게 진정으로 보수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