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용의자 체포·조사 중

7월 佛니스 사건과 판박이
‘소프트타깃 테러’ 공포 확산

독일 베를린 시내에서 대형 트럭이 크리스마스 쇼핑을 위해 모인 시민들을 덮쳐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쳤다. 체포된 용의자의 자세한 인적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들이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라고 전하고 있어 내년 9월 독일 총선에서 난민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19일 dpa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쯤 19t 대형 트럭이 베를린 유명 관광지인 카이저 빌헬름 메모리얼 교회 인근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돌진했다. 트럭은 시속 65㎞ 속도로 도로변 가판대를 뚫고 보도로 뛰어들어 사람들을 치며 50~80m를 달려갔다. 이 사고로 12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쳤으나 부상자 중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트럭 돌진 현장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 단위 쇼핑객이 몰리는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이라는 점에서 올 7월 프랑스 니스에서 발생했던 트럭 테러와 같은, 불특정 시민을 노린 ‘소프트타깃 테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독일 당국도 이번 사건이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테러 사건을 주로 다루는 연방 검찰에 사건 수사를 맡겼다.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은 베를린시 서부의 중심 쇼핑가인 쿠담 거리 인근에 있어 평소에도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인근에 있는 카이저 빌헬름 메모리얼 교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파괴됐다가 전쟁을 기억한다는 뜻으로 폭격당한 모습대로 남아 있어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이날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장이 서는 독일 전통에 맞춰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 크리스마스 시장이 세워져 많은 사람이 몰렸다. 이번 트럭 테러는 이처럼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가 고조된 시점에 발생했다.

독일 수사당국은 이번 범행에 쓰인 트럭이 19t 트럭으로 니스 트럭 테러 당시 쓰였던 트럭과 같은 크기라는 점에서 니스 테러의 모방 범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트럭은 폴란드 운송회사에 등록된 차량으로 용의자가 범행에 앞서 훔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조수석에서 발견된 폴란드인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트럭 탈취 시 살해당한 운전자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지난해 89만 명에 달하는 난민이 대거 독일로 들어온 뒤 독일에서는 난민에 의한 범죄와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 초에는 쾰른 새해맞이 행사 때 난민들에 의한 집단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올 7월 뷔르츠부르크에서는17세 아프간 난민 소년이 열차 안에서 도끼를 휘둘러 5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같은 달 안슨바흐에서는 26세 시리아 난민의 자살 폭탄 테러로 용의자가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난민 범죄와 테러로 인해 올해 지방선거에서 반 난민을 앞세운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진했다. 이에 내년 9월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난민에 유화적이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강경 방침으로 돌아선 상태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