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與 6인회의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중진의원 6인 협의체에 참석한 의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 사퇴 이후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홍문종·나경원·주호영·정우택·원유철·김재경 의원. 김낙중 기자 sanjoong@

- 배경과 전망

‘임기단축형 개헌’ 매개로
정치권 원로모임 등 제기

대통령 탄핵 불명예 피하고
시스템 개혁할 시간도 확보
국정공백 장기화 차단 시급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개헌을 매개로 한 질서 있는 퇴진론이 재부상하면서 탄핵정국의 막판 변수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임기단축형 개헌’으로 대표되는 질서 있는 퇴진론은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탄핵의 불명예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이고, 여야 정치권으로서도 대통령 단임제라는 ‘앙시앵 레짐(구체제)’을 대체하는 새 시스템과 리더십 모색을 위한 개헌 시간표를 확보하는 길이라는 점에서 일단 주목된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가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초래될 사실상의 국정 공백으로 인한 정치·경제·사회적 갈등 비용과 위기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정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의 핵심 의원들이 28일 오찬을 같이 하며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문제를 논의한 것은 이런 면에서 주목된다. 청와대 내에서도 일부 참모가 임기단축형 개헌을 포함한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방안을 수렴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7일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등을 지낸 여야 정치권 원로들이 모임을 갖고 박 대통령에게 4월까지 하야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치권에도 △거국중립내각 구성과 국무총리 추천 △개헌 추진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여야 정치력 발휘 등을 요구한 것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원로들의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한다’는 합의는 ‘임기단축형 개헌론’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원로회의에 참석했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명예로운 퇴진과 관련해서는 탄핵 과정에서 스스로 물러난 뒤 사면을 받은 ‘닉슨식 해법’과 함께 ‘임기단축형 개헌’도 논의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닉슨식 해법’에 대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 뒤에야 사면 대상에 포함되는 우리 실정법에는 저촉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원로회의나 시민사회에서 제기되는 질서 있는 퇴진론은 임기단축형 개헌을 통한 명예로운 퇴진론에 수렴되는 것으로 보인다.

질서 있는 퇴진론이 재부상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탄핵이 강행될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인용이나 기각 등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정치적 갈등 같은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탄핵 과정으로 사실상 국정 중단 상태에서 치러야 할 사회·경제적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비박(비박근혜)계의 한 대권 주자는 “헌재가 형사소송법을 준용할 경우 탄핵 심의 절차가 길어질 수도 있다”면서 “그동안 나라가 결딴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질서 있는 퇴진론이 실현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지가 불투명하고, 탄핵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야권이 이를 받아들일지 역시 분명하지 않다. 특히 개헌에 가장 부정적인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반대하면 질서 있는 퇴진론은 도상의 아이디어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전 대표나 추미애 대표 등은 “개헌세력을 물리쳐야 한다”며 최근 개헌론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