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공감… 현실성 없어
생각있었다면 진작 했을 것”

야당 지도부 및 대선주자는 원로그룹의 제안을 포함한 박근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론’의 기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이 같은 논의가 탄핵을 희석시키는 국면전환용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경계감을 표시하며 탄핵 추진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질서 있는 퇴진론을 수용할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물러났을 것”이라며 “지금 국회가 탄핵소추까지 오게 된 이유가 바로 박 대통령 스스로 퇴진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윤호중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박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고 탄핵안 처리를 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하면서 탄핵 국면을 모면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일단은 현실적으로 탄핵을 추진하는 게 우선이고, 그다음 수습 방안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측근을 통해 “현 시국에 대한 원로들의 우려와 충정으로 이해한다”고 밝히며 “다만 개헌은 적절한 시기에 국민과 함께 논의돼야 할 문제이며, 지금은 정치권이 개헌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대통령의 퇴진에 전념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질서 있는 퇴진 등 원로들의 제안은 국민의당이 지금까지 제안해오던 안과 같다”며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리 만무한 상황에서는 탄핵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야권의 중진의원들도 원로들의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 탄핵 이후의 정치 로드맵을 제시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민주당 및 국민의당 중진의원 7명과 조찬 회동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사태와 관련해서 전직 국회의장 등 원로들이 한 말에 대체적으로 공감했지만, 실현 가능성에서는 여러 가지 의문점도 제기됐다”며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한 한 많은 분의 발의를 거쳐서 탄핵을 결정하는 것이 정국 안정과 정리에 도움이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 이후 문제에 관해서는 야당 또는 국회가 정치 로드맵을 만들어서 국민에게 제시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