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여론 바탕해 大選 이어가기 셈법
靑, 헌재 결정 기다리며 민심 돌리기

야 3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추진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새누리당과 청와대 등 여권 일각에서도 탄핵론이 대두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야권과 여권은 탄핵론을 동시에 입에 올리고 있지만 셈법은 전혀 다르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는 만큼, 탄핵을 속전속결로 처리해 박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한 뒤 야권에 유리한 여론을 바탕으로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회가 탄핵을 추진할 경우 국회가 탄핵안을 의결한 뒤에도 최대 240일(8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는 만큼 이 시간을 활용해 여론을 돌려 반전을 꾀해 보겠다는 셈법이다.

15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탄핵을 ‘속전속결’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일부의 동참을 통해 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키는 등 시간을 최대한 당겨보겠다는 생각이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80일 이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야 하고 결정 후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신속한 탄핵은 지난 12일 나타난 100만 촛불 시위 민심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권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명백하게 개입된 범법 정황이 드러나게 되면 헌재의 결정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박 대통령의 퇴진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청와대 등 여권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여권은 국회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을 합칠 경우 171명이다. 탄핵안 가결에는 새누리당 의원 29명이 힘을 보태야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명을 맞출 수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막상 탄핵소추안이 상정되면 이에 쉽게 동의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동참해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현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하게 되는 것과 헌재 결정을 최대한 늦춰 민심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다 180일이라는 헌재 결정을 기다리면서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