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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범 통일硏 선임연구위원

“남한에 대한 기대 커 부적응
능력 개발 등 자립에 초점을”

“현재 북한 사회 내부에서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신이 심각합니다. 대량 탈북 사태에 대비해 탈북민 정책도 자립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조한범(사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4일 탈북민 3만 명 시대를 맞이해 한국 정부의 탈북민 지원 정책이 일회성 정착금 지원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자립 위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없고 ‘남한에 가면 잘 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탈북을 하다 보니 부적응과 재입북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 과도한 기대나 보상 심리를 갖지 않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한에서도 취업문제가 심각한 만큼 사회주의 체제에 익숙한 탈북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선임연구원은 “탈북민들은 사선을 넘어왔기 때문에 보상 심리가 강한데 제한된 재원으로 정부가 무작정 지원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면서 “탈북민들에게 ‘노력 없이는 성공도 없다’는 자본주의 생리를 일깨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명암, 빛과 그림자를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탈북민들은 1인 가구를 기준으로 초기정착금 700만 원을 받는다. 2인 가구는 1200만 원, 3인 1600만 원, 4인 2000만 원, 7인 가구는 3200만 원을 받게 된다. 또 주거지원금 1300만 원이 지급된다. 또 일자리 관련 장려금으로 직업훈련, 자격증 취득 등을 명목으로 최대 2440만 원까지 지원되며 탈북민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행복통장에 매월 최대 50만 원을 2∼4년 동안 저축하면 저축한 만큼 정부도 지원해 만기에 되돌려 받게 하고 있다.

정부의 탈북민 지원제도는 외형상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한국 사회 적응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하지만 탈북민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탈북과정에서 빚을 진 브로커들에게 정착금을 주고 나면 당장 생계가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 조 선임연구원은 “탈북민 정책은 현금 지원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취업과 개인 능력 개발을 지원하는 자기 주도형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2009년 11월 단행된 북한의 화폐개혁 실패 이후 북한 당국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가운데 개혁·개방 없이 토목건설에만 집중하는 김정은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내부 동요가 상당히 심한 편”이라며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대량 탈북 사태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