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그들만의 타운’ 최근 판사·검사·변호사 등 이른바 법조 3륜의 비리가 이어지면서 사법정의에 대한 신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사진은 1일 서울 서초동 교대사거리의 한 빌딩에서 바라본 법조타운의 전경. 왼쪽부터 대법원·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서울중앙지법 청사. 곽성호 기자 tray92@

현직법조인 잇단 구속·체포… “법조비리 새롭지 않다” 냉소
수사·판결·변론 순수성 의심… ‘통치근간 위기’로 번질 우려

“공정성·투명성 회복 시급… 개혁전담위원회 등 마련을”
“자신들에겐 법의 잣대 관대… 끼리끼리 문화도 사라져야”

판·검사와 변호사를 가리지 않고 법조계 전반에 만연한 부패·비리의 ‘사슬’은 사법정의 구현이라는 책무를 스스로 내던졌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정의의 여신’이 한 손에 쥔 칼을 놓아버렸고, 다른 손에 들고 있는 저울은 수평을 유지하지 못하게 됐으며,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눈을 가렸던 안대조차 벗어 던진 꼴이기 때문이다. 이는 구속의 정당성, 판결의 공정성, 변론의 진정성 모두 믿을 수 없다는 신뢰의 위기로 비화하고 있다. 나아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1일 “검찰이 수사를 통해 거대한 ‘악’의 실체를 파헤쳐도 순수성을 의심받고, 법원의 판결이 나와도 ‘청탁을 받고 한쪽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변호사가 억울한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변론해도 ‘돈 받고 죄인을 풀어주는 사람’으로 매도당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법조계 원로들과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근본적인 사법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신영무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는 “모범을 보이고, 부패로부터 청렴하게 행동해서 사법정의를 실현해야 할 법조계가 무너지는 것을 보니 걱정스럽다”며 “사법개혁을 전담할 위원회 등을 구성해서 심도 있게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근본적으로 법조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지금처럼 법조계의 부정부패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는 사법정의가 무너지고, 법치주의가 제대로 될 수 없는 만큼 공정성과 투명성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법치주의가 위기를 맞은 상황을 개탄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법을 집행하거나 판단을 내리는 사법부와 검찰이 정작 자신들은 법의 잣대에서 벗어난 일들을 저지르는 게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껏 개혁의 칼날이 많이 비껴간 탓”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최근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을 치고 분노는 극에 달했다”며 “사법정의가 실종된 상황에서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법조계는 어느 집단보다도 도덕성이 강조돼야 한다”며 “법조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의 ‘끼리끼리’ 조직 문화도 척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직장인 최모(31) 씨는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고 음주운전에 신분까지 은폐해도 경찰청장에 오르는 마당에, 현직 부장판사 체포쯤이야 새로울 것도 없다”면서 “법치에 대한 신뢰 자체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라고 한탄했다. 교사 임모(여·48) 씨는 “대한민국이 ‘비리 공화국’인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가장 청렴해야 할 법조인들의 부패를 척결하지 못한다면 나라 전체가 위기에 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유진·김리안·박효목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