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호흡은 명상의 핵심이다. 명상과 함께하는 깊은 호흡은 몸의 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조급한 성격도 바꿔준다. 사진은 명상하는 모습. 김선규 기자 ufokim@

4 명상할 때의 호흡

살아있음은 호흡이다. 우리는 의식하지 않지만 호흡은 매 순간 이뤄진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보다 더 근원적인 것은 ‘나는 숨을 쉰다. 고로 나는 지금, 여기 존재한다’일 것이다. 동서양의 모든 수행에서 호흡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교님, 명상에서 호흡의 중요성은 말할 게 없겠지요.

“호흡에 주의를 집중해 바라보는 것은 모든 명상수련의 핵심입니다. 호흡은 단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깊은 호흡은 잠들어 있는 내면세계의 평온감과 주의집중력을 비상하게 발달시키지요. 여기에서 같이 일어나는 감각을 느끼면 영성이 깊어지고, 이것은 치유로 이어집니다. 심호흡으로 의식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좌뇌는 잠시 쉬고 우뇌가 활성화되면서 집중력과 창의성이 비상하게 활발해집니다. 이때 뇌에서는 알파파(8∼12헤르츠의 뇌파)가 흐르고 엔도르핀과 세로토닌이 분비됩니다. 우뇌는 ‘선천뇌’라고 하여 선조들의 경험까지 저장돼 있어서 우뇌가 활성화되면 창의성이 가장 활발해집니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 명상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지요.”

―명상할 때 호흡은 평상시와 어떻게 다릅니까.

“명상할 때 호흡은 깊은 호흡, 즉 심호흡을 말하는데, 복식호흡이나 단전호흡 등도 깊은 호흡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들은 복식호흡을 합니다. 그런데 자라면서 좌뇌를 많이 쓰고, 바쁘고 조급하며 성격이 급해지면서 호흡은 점점 위로 올라와 보통 성인은 폐와 코를 연결하는 숨을 쉽니다. 심호흡은 숨 쉬는 통로를 아랫배까지 연장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심호흡을 계속하면 산소의 흡입량을 늘리고 장의 운동을 활성화해서 건강에 매우 좋습니다. 또 심호흡을 하면 내면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안정에도 좋습니다.”

―화가 나면 호흡부터 가빠지고, 숨을 깊게 쉬기만 해도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성격을 분류하는 방법 중에 A유형과 B유형으로 분류하는 의학적 방식이 있습니다. A유형의 성격은 참을성이 부족하고, 조급하며, 경쟁심으로 늘 긴장돼 있습니다. 반면에 B유형의 성격은 느긋하고 여유가 있는 성격입니다. A형의 성격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입니다. 심장 전문의 마이어 프리드먼 박사는 60세 이하의 심장병 환자들은 거의 A형 성격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주위 사람들을 유쾌하고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A형의 성격을 B형의 성격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명상 속에서 심호흡하며 그 호흡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심호흡은 어떻게 하나요.

“호흡 명상을 할 때 중요한 것은 호흡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숨을 길게 내쉴 때는 ‘나는 숨을 길게 내쉬고 있다’ 하고 바라보고, 숨을 길게 들이쉴 때는 ‘나는 숨을 길게 들이쉬고 있다’ 하고 바라봅니다. 숨을 짧게 들이쉬고 내쉴 때도 같은 방식으로 바라봅니다. 명상하면서 호흡을 지켜보는 훈련이 어느 정도 되면 호흡이 가늘고 부드러워집니다. 가늘고 길게 숨을 들이쉬고, 가늘고 길게 숨을 내쉽니다. 숨을 가늘고 길게 들이쉬면서 코끝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하나’ 하고 말하고,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또 ‘하나’ 하고 말합니다. 심호흡하는 도중에 생각이 딴 곳으로 흩어지면 이내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와 심호흡에만 집중합니다. 이 훈련에 익숙해지면 집중력이 크게 향상됩니다.”

―명상법에 따라 호흡도 다양한 방식이 있나요?

“기본은 같지만 조금 방식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 명상에서는 ‘예수기도’라는 것을 하는데,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속으로 ‘예수’라고 말하고 숨을 내쉬면서는 ‘그리스도여’라고 말하면서 명상기도 중에 계속 반복합니다. 명상 중에 숫자를 세면서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나 ‘예수기도’에 집중하는 것은 모두 ‘만트라(mantra)’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생각을 지워버리고 흐트러짐이 없는 마음의 공간이 만들어지면 집중력은 비상하게 향상되고, 이 고요한 마음의 공간은 깨달음의 요람이 됩니다. 만트라는 반복해서 마음속으로, 혹은 소리 내어 하는 말이나 음(音)을 말하는데, ‘만’은 마음이란 뜻이며, ‘트라’는 자유롭게 한다는 뜻입니다. 만트라는 마음을 자유롭게 해 마음의 평화를 얻게 하고, 깊은 고요 속에서 지혜로운 깨달음을 얻게 하기도 합니다.”

다음 회에서는 호흡법을 좀 더 깊이 있게 알아본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스트레칭으로 이완시키고 손바닥으로 몸 두드리기

◇명상실습 세 번째

“명상 전에 하는 스트레칭은 몸을 이완시켜 호흡에 도움이 됩니다. 목을 바로 해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한 후 먼저 목에 힘을 주면서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구부립니다. 목을 뒤로 하여 힘을 주고 긴장시켰다가 바로 한 후 목을 앞으로 숙입니다. 그리고 긴장시켜 힘을 주었다가 바로 합니다. 이를 각각 3회 정도 실시합니다. 이번에는 목에 힘을 주면서 시계 방향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목을 돌립니다. 손바닥으로 어깨부터 두드려 점점 더 아래쪽을 향합니다. 이제는 두 손바닥으로 양 가슴, 양 옆구리, 배, 엉덩이 순서로 두드립니다. 허리를 숙이고 양다리 바깥쪽을 두드리면서 내려오고, 안쪽을 두드리면서 위쪽으로 올라옵니다. 열 손가락으로 머리를 콕콕 찔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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