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후 부산과 대구·경북 양쪽은 일단 실망과 반발 속에 발표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모두 용역안을 수용하고 그동안 유치과정에서 10년간 골이 파였던 지역 간 앙금을 털고 상생해야 한다는 주민도 많았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시민의 염원을 외면한 수도권의 편협한 논리에 의한 미봉책”이라고 반발했지만 상당수 시민은 “아쉽다”면서도 김해공항 확장안을 받아들여 지역 발전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성권(53) 씨는 “절반의 성공이지만 경제성과 지역 간 갈등 해소 차원에서는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 공무원은 “정부가 4조 원 이상을 투입해 거의 신공항 설립 수준으로 김해공항을 확장한다고 하니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정부가 전혀 생각지도 않은 결정을 했다”며 평가결과 검증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김해공항 확장이 미래 영남권 항공수요와 경제공동체 중심축이 될지 따져 본 뒤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시는 주민여론을 수렴해 수용 가능하면 정부와 대립 없이 갈등 봉합에 나설 계획이다.

경북도는 김해공항이 관문공항 역할을 할지 검토하는 한편, 대구·울산·경남 등 함께 밀양 유치를 지지했던 시·도 의견을 수렴해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정부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김해공항 확장을 결정했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영남권 화합과 공생 발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울산시장도 “15년 동안 꿈꾸어 온 신공항의 꿈이 원하는 방향으로 실현되지 못해 유감스럽지만, 국토교통부의 발표를 존중한다”며 “그동안 야기됐던 영남권 갈등을 치유하고 대통합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정치적 결정이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인들이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돼 신공항 문제로 영남권 전체를 갈등으로 몰고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선영 경남도의원은 “‘김해공항 확장’이 현실적인 답이고 정치 이기주의는 종결돼야 한다”며 “갈등을 종식하고 기존 자원인 김해공항을 활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력 후보지였던 경남 밀양 주민들은 박탈감으로 여전히 강력 반발했다.

부산=김기현·대구=박천학·밀양=박영수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