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사가 살아야 조합원도 살 수 있다”

조선업계의 어려움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심각한 노사갈등을 빚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진중공업 대표 노조가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모두 회사에 위임했다. 노조의 이 같은 임단협 위임은 회사 설립 79년 이래 처음이다.

이 회사 대표 노조인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위원장 김외욱)은 14일 “경기 악화와 조선업 불황에 따른 경영 위기를 노사가 합심해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올해 임단협을 회사에 전부 위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조 관계자는 “자율협약 체결 이후 회사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회사가 살아야 조합원도 살 수 있다는 취지로 결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도 경영 정상화 방안을 충실히 이행해 조합의 생계와 삶의 터전을 지키는 데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도 “어려운 시기에 회사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먼저 생각하고 결단을 내려준 노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이 회사 노조는 2012년 출범한 대표 노조 ‘한진중공업 노조’(전체의 72%)와 기존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 등 2개 노조로 이뤄져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2013년에 회사 살리기 운동을 전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조선업종노조연대의 공동 파업 때 ‘조선업종 불황은 세계적인 문제로 파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불참하기도 했다. 올 들어서는 회사가 유동성 위기로 자율협약을 신청하자 자율협약 동의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노조가 앞장서 위기 극복에 나서준다면 회생에 엄청난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 측의 구조조정에 반발, 옥쇄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벌이기로 해 한진중 노조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 노조는 14일 노조 소식지에서 “현재 회사 측이 추진 중인 분사 등의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공장을 멈추는 옥쇄파업을 비롯해 쟁의권 확보를 위한 점거투쟁, 삭발투쟁, 천막농성 등을 벌여나갈 계획”이라며 “노조 지도부는 다수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김기현·울산=곽시열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