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4월 23일 강원 홍천군 서면 배바위 카누마을에서 진행된 1사1촌 봉사활동에서 신한생명 직원과 그 가족들이 옥수수 모종을 심고 있다. 신한생명 제공

신한생명, 홍천 배바위 카누마을 봉사

“그래, 이거다.” 5년 전쯤이었던가. 이욱희 강원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이장은 마을을 끼고 있는 홍천강에 희한하게 생긴 배가 자주 출몰하는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이 이장은 이 배가 마을의 새로운 히트상품이 될 것이라고 직감했단다. 2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이 4m의 널빤지 형상에서 신나게 노를 젓곤 하던 외지인들은 이 배를 두고 외날 노를 사용하면 카누, 양날 노를 사용하면 카약이라고 불렀다. 배 타는 동호회에서 명당이라는 입소문이 돌았는지 주말이면 한적한 시골 마을이 붐볐다.

말을 키웠다는 의미의 말골과 뗏목을 의미하는 떼내 등 2개 마을로 이뤄진 마곡리가 카누마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여기에 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 등장해 유명세를 탄 마을 명물 배바위가 합쳐졌다. 2012년 9월 제1회 홍천 배바위 카누 캠프대회가 열리면서 이 마을은 마곡리 대신 배바위 카누마을이라는 세련된 이름을 정식으로 갖게 됐다.

2004년 마을 바로 위를 통과하는 충의대교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뗏목을 타고 홍천강을 건너야 할 만큼 오지였던 마을은 이 브랜드로 상전벽해의 발전을 이루기 시작했다. 외부와 교류도 잦아졌고 관광지로서 위상도 높아졌다. 지난해 캠핑장이 문을 열었고 마을 앞 홍천강에는 수상스키 족까지 등장했다.

2013년 1사1촌 자매결연의 인연을 맺은 신한생명은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 역할을 맡았다. 이욱희 이장은 “굴지의 금융 회사 파트너라는 점이 상당한 홍보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등 다른 형제 회사에 비해 1사1촌 결연이 다소 늦은 신한생명 역시 배바위 카누마을이 갖는 성장 가능성과 신선함으로 인해 뒤처진 출발을 만회할 수 있었다.

1사1촌 결연 때부터 함께한 이 회사 김서연 대리는 “이제는 다른 그룹사에서 우리 활동을 부러워할 정도”라며 “마을이 갖는 특색이 이 같은 활동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신한생명이 올해 이 행사를 진행한 지난 4월 23일 전국 대부분 지방에 미세먼지 특보가 내려졌음에도 80여 명의 직원과 그 가족들이 정원을 가득 채워 이 마을을 찾은 건 직원들의 호응도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심지어 ‘너도나도 한번 가고 싶다’는 의견이 많아 올해부터 다른 그룹사 직원들에게도 문호를 열기도 했다. 다른 1사1촌 봉사활동에서 찾기 힘든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소문이 사내에 빠르게 퍼졌던 것이다.

오전 옥수수 모종 심기로 평범하게 시작한 이날 행사는 이때부터 이미 비범한 모습을 예고했다. 휴대용 확성기를 손에 들고 도시인들의 작업을 진두지휘하던 이 이장은 밭일을 지시하다가도 틈틈이 마을 홍보를 요청했다.

초등학교 3학년 딸과 함께한 김진수 신한카드 강남지점 부부장은 “일손 위주의 다른 1사1촌 활동과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며 “우리는 체험, 마을은 홍보를 서로에게 기대한다는 점에서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는 효과적인 윈윈 전략”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경운기를 타는 것만으로도 벌써 신이 났지만 진짜 재미는 오후에 이어졌다. 마을 주민들은 귀한 손님들을 위해 카누 체험 기회를 기꺼이 제공했고 이들은 카누 30대에 가족 단위로 나눠 탄 채 두루미와 백로를 배경으로 유유자적 노를 저었다.

왕복 1시간이 걸리는 곳, 남쪽으로 2㎞ 떨어진 길이 45m, 높이 5∼10m 배바위를 향하는 게 원래 프로그램이었지만 절반 이상의 배가 망중한을 즐겼다. 뭍에서 마을 주민이 목적지로 향할 것을 독려하자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게 한 카누 위 누군가의 대답이 걸작이다.

“곧 친구들이랑 따로 또 놀러 올 건데 배바위는 그때 보면 되죠. 벌써 다 알면 재미없잖아요.”

홍천=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신한생명 직원과 그 가족들이 배바위 카누마을의 관광 체험 프로그램인 카누 타기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