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파 의원 대거 낙선
‘결기’보이는 세력 실종

새누리당은 밑바닥에서 당을 혁신하고 바람을 일으킬 소장파·개혁파 의원들이 대거 실종되는 중병을 앓고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젊은 피’의 힘을 빌려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향해 결기를 보이는 세력이 실종됐고, 앞으로도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개혁의 바람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9대 국회에 학구파·고위 공무원 출신 여당 의원들이 대거 원내에 진입한 데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기세에 눌려 개혁 성향의 소장파 의원들조차 기득권에 안주하는 성향이 짙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조 쇄신파 의원으로 꼽히는 정병국 의원은 15일 통화에서 “당내 의원들이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당·청 관계를 수직적으로 설정하다 보니 주눅이 들어버린 것”이라며 “여권의 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정 의원은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와 함께 소장파 의원의 대표주자로 활약한 바 있다.

당시 이들 3인은 이른바 ‘남원정’(남 지사·원 지사·정 의원)으로 불리며 천막당사 혁신 같은 대형 개혁 작업을 이끄는 등 당내 곳곳에서 변화를 주장해왔다.

지난 18대 총선에선 ‘민본21’이 그 명맥을 이어받았지만, 주도 세력들은 현재 청와대(현기환 정무수석), 원내(김영우·김성태·황영철 의원 등), 원외(정태근·권택기 전 의원 등), 광역단체장(권영진 대구시장), 야당(김성식 국민의당 당선인)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선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아침소리’ 등 쇄신 이미지를 가졌던 의원들 모임이 있었지만, 이들 멤버 다수가 역시 이번에 낙선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