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총선 언급 주목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한·노르웨이 정상회담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를 영접하려 걸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책임 金대표에 돌리며 親朴 원유철 비대위장 앉혀
靑 “20대 국회 잘하시라”…민심심판 아랑곳 안해
“앞길 안보여” 패닉상태… 黨재건할 리더십도 부재

4·13총선에서 매서운 민심 이반을 확인한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선거 참패 이후에도 여전히 제대로 된 반성도, 책임지는 자세나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총체적인 위기 국면 속에서도 이를 추스를 인물이나 세력마저 부재한 상황이어서 박근혜정부의 남은 22개월 국정 운영이 캄캄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참패 책임자들의 반성이 보이질 않는다. 김무성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친박(친박근혜)계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입장을 보였고 이번 총선 참패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되는 친박계는 오만과 독선, 불통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친박계는 선거 패배 책임을 김 대표 측에 돌리는 데 급급해하는 분위기다. 당을 수습하려는 비상대책위원회 장에 원유철 원내대표를 앉힌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진다. 선거를 유례없는 패배로 몰고 간 공동 책임자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민심 역행 행위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15일 “절망감을 느낀다”고 했고, 하태경 의원은 “당의 앞길이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총선 참패 후 청와대 반응과 기류는 더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집권 도중 원내 제1당의 위치를 상실한 ‘초유의 참사’를 겪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그간의 국정 실패를 반성하지 않고 있다.

‘배신의 정치’ ‘진실한 사람’ 등을 내놓으면서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을 일으켰지만 막상 민심의 역풍을 불러온 데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청와대 대변인을 통한 단 두 마디 촌평으로 끝이었고 흔하디흔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표현조차 없었다. ‘20대 국회가 잘하시라’는 말 속에서 청와대는 총선 패배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유체이탈’ 식의 화법이 느껴졌다.

더욱 암담한 것은 패닉에 빠진 당을 재건할 리더십이나 비전을 갖춘 사람과 세력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인사들이 당의 선거 패배나 개인적 낙선으로 거의 예외 없이 정치적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차기를 논할 만한 인물을 선뜻 떠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총선 패배 이후 새누리당은 당의 자정 능력도 위기 대처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뭐가 잘못됐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통령 탄핵 수준에 비견할 만한 선거 패배를 겪은 집권당 내에서 위기를 기회로 이끌고, 미래로 이끌 인물이 전혀 없다는 게 여권의 현 주소”라고 평가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