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태풍’이 된 ‘안풍’ 국민의당 안철수(왼쪽 두 번째) 상임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 당사에서 김성식(왼쪽) 관악갑 당선자와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新3당체제 개막

새누리·더민주 과반확보 실패
어느 당도 법안 일방처리 못해
국민의당, 사안별로‘편’바꾸며
3당으로서의 존재감 부각할 듯

양당과 같이 全 상임위에 간사
입법 출발부터 권한 행사 전망

국민의당이 4·13 총선에서 38석을 차지하면서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라는 정국 운영의 핵심 위상을 확보했다. 새누리당(122석)과 더불어민주당(123석) 모두 국회 의석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국민의당이 어느 당과 연대나 협치(協治)를 하느냐에 따라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법안 발목잡기 행태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정국의 향배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4·13 총선 성적표대로라면 새누리당과 더민주 등 국회 제 1, 2당 공히 20대 국회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쟁점법안으로 양당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라는 법안처리의 요건을 갖추려면 반드시 국민의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해임 결의, 대통령의 비상조치 해제 요구, 계엄의 해제 요구 등도 의원의 과반수의 찬성을 필요로 한다.

일단 국민의당은 사안에 따라 ‘편’을 달리하며 3당으로서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다. 이미 총선에서 ‘정치 심판론’으로 ‘3당 혁명’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감을 자극한 만큼 양당과 긴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주창해온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3당의 위력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이러한 3당 구조에서는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를 하거나, 야당이 ‘보이콧’을 통해 국회 운영을 지연하는 구태를 반복하기가 쉽지 않다.

안 대표는 14일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20대 국회를 제대로 일하는 국회로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을 꼭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양당과 동일하게 전 상임위원회에 간사를 두게 된다. 원내대표 협상 테이블뿐 아니라 입법의 출발점이 되는 상임위 단계부터 캐스팅보트로서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19대 국회에서 여야 극한 대결로 처리를 미뤘던 주요 쟁점법안이나 당 공약과 관련된 법안들이 1차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당은 더민주가 강력 반대해 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처리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이에 따라 ‘총선 표심’을 우려한 더민주가 여당과의 협상을 재개하면서 일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3당 효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한 3개 정당이 대선을 앞두고 모두 선명성 경쟁에 나설 경우 국민의당이 문제를 푸는 역할보다는 존재감 부각에 공을 들일 수도 있다. ‘단일 대오’ 형성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재평가를 놓고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상돈 선거대책위원장과 정동영 당선자 등이 ‘정체성 논란’을 벌였던 것처럼 정책 노선을 놓고 당내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 출신부터 진보정당 창당을 추진했던 인사들까지 한데 모인 정당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