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김문수 낙선 ‘빨간불’
김무성·최경환 책임론에 발목
반기문 영입론 다시 힘 받을듯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참패하고 원내 제1당의 입지까지 상실하면서 내년 12월 대선을 통한 정권 재창출 구상이 일순간 안갯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군으로 꼽히던 지도부와 유력 인사들이 무더기로 고배를 마시거나 심각한 내상을 입으면서 정치적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외부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당이 총선 패배의 책임론을 둘러싼 내홍에 휩싸이면서 새 인물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무릎을 꿇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대구 수성갑에서 패배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당분간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받게 됐다. 한동안 여권 대선 후보 여론조사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김무성 대표 역시 6선의 반열에 오르긴 했지만, 총선 패배의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대표는 김학용·김성태 의원 등 일부 측근 그룹이 생환에 성공해 후일을 도모할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옥새 파동’에 대한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 주류 진영의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져 김 대표가 전면에 다시 떠오르기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고된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4선에 성공해 훗날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함께 탈당을 감행했던 조해진·류성걸·권은희 후보가 모두 낙선한 가운데 유 의원 자신의 복당마저 장담할 수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과 새누리당 수도권의 새 간판으로 떠오른 나경원 의원 등이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지만, 최 의원 역시 막중한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고, 나 의원은 아직 대선 후보로서의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정몽준 전 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현재까지 중앙정치에서 벗어나 있던 인사들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정 전 대표는 측근인 안효대 후보가 낙선했지만 비서실장 출신인 정양석 당선인은 생환에 성공해 일단 원내 고리는 연결해 놓았다. 하지만 남 지사와 원 지사는 측근들(박수영 후보, 이기재 후보)이 모두 낙선했다. 세 사람 모두 청와대 및 친박계와 껄끄러운 관계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여권의 대권 주자 진영은 ‘멀쩡한 선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다. 결국 외부 수혈론이 당 내부에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누구보다 올해 말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거론된다.

친박 주류 진영에선 반 총장에 대한 호감도가 강한 데다가 박근혜 대통령과 반 총장이 최근 잦은 만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단계로 집권 여당과 반 총장의 결합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반 총장이 정치 경험 없이 험난한 대선 행로를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