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경제 공약 5호 강봉균(가운데)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경제정책 공약 5호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

‘득표 수단’ 마뜩잖지만 이주열 총재는 함구령
기획재정부도 신중모드 “과도한 확대 해석 경계”

새누리당이 7일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공약으로 내놓은 ‘한국판 양적 완화’를 정식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국은행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사자인 한은과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은 관계자들은 이날 새누리당의 한은법 개정 방침이 알려진 뒤에도 ‘양적 완화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말라’는 이주열 총재의 ‘함구령’ 때문에 극도로 발언을 꺼렸다. 그러나 한은은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법률 제·개정권이 없다. 현행 한은법의 소관 부처는 기재부이며, 국회 상임위원회도 기획재정위원회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한은은 한은법 제·개정의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제·개정 추진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이나 반대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입법적인 문제를 판단해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은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선거 공약으로 제시돼 정당의 표(票)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되는 상황 자체에 대해 마뜩잖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언행에 신중한 이 총재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내심으로는 통화 정책이 선거에서 득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도 “새누리당의 공약을 존중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6일 조선비즈 조찬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위원장이 내세운 한국판 양적 완화나 재정확대 등에 대해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달 29일 한국판 양적 완화 주장에 대해 “당론이나 선거 공약이 아니라 개인 소신을 말한 것 같다”고 얘기했던 것과는 뉘앙스가 다르다.

그러나 기재부는 유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을 ‘양적 완화에 대한 찬성’ 또는 ‘재정확대 정책 추진’ 등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기재부는 유 부총리의 발언이 알려진 뒤 공식 자료를 내고 “확대 해석해 보도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해동·박정경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