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살아나지 않으면
하반기 추경 가능성도
“통화·금융대책도 필요”

정부가 올해 들어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경기보강 대책’을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보다도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위험)가 그만큼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연말 승용차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효과가 종료되면서 우려되던 ‘소비 절벽’(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경제에 타격을 주는 현상)도 현실화하고 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한국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이번 대책을 내놓게 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내놓은 6조 원 규모의 추가 재정 조기 집행을 통해 올 1분기에 성장률이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 1분기에 전년대비 8조 원의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에 14조 원으로 규모를 6조 원 늘렸다. 정부는 재정 지출의 증가가 국민 소득 증가에 이바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재정 승수(財政乘數)’ 등을 감안해 재정 조기 집행 규모 6조 원 확대가 1분기 성장률을 0.2%포인트 높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그러나 재정 조기 집행을 했는데도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 조기 집행이란 일종의 ‘가불(假拂) 재정’을 쓰는 것으로, 재정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쓸 돈을 앞당겨 쓰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1분기에 늘린 15조5000억 원의 정책금융은 대부분 수출 지원을 위한 무역금융에 배정된다. 1월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대비 -18.5%를 기록하면서 감소 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만큼 수출이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의 건설 공정 조기 집행 등을 통해 1조 원을 추가로 풀고, 중소·중견 기업의 설비투자를 늘리기 위해 일반금리 대비 1%포인트 낮은 자금을 공급하는 2조 원 규모의 ‘투자촉진펀드’(가칭) 조성도 나름대로는 경기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에 대한 가속상각(加速償却·유형자산의 감가상각을 처음에 많이 해줌으로써 세제 혜택을 늘려주는 것)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중견 기업까지 확대하는 것도 중견 기업의 세 부담을 다소 경감시켜줄 것으로 분석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한국 경제는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경기를 보강해야겠다는 정부의 판단은 큰 틀에서는 옳은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러나 이번 대책은 경기 활성화의 규모와 강도 측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재정·조세 정책뿐만 아니라 통화·금융 정책 측면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