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왜 이러나

“일종의 기선잡기이자 압박용
보수·진보 안가리고 추측 남발”

한·일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 왜곡 보도와 추측성 보도를 남발하고 있는 일본 언론의 행태는 일본 언론 특유의 민족주의 성향에 언론을 이용해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일본 정부의 ‘꼼수’가 더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일본 언론의 왜곡 보도에 일희일비하지 말되, 여론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일 때는 반드시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큰 틀에서는 ‘무시 전략’으로 가되, 일본의 의도대로 자칫 국론이 분열되거나 사실관계가 왜곡될 시에는 분명히 항의하고 입장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협상의 경우 일본 정부가 매듭짓고자 하는 의지, 차후에 일본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게 하려는 의지가 워낙 강했다”며 “그러다 보니 언론플레이를 통해 여론을 유리하게 끌어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아사히(朝日) 신문에서 마치 소녀상 철거를 전제 조건으로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것은 일종의 기선잡기이자 압박용”이라며 “결국 일본 언론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언론 특유의 성향도 이 같은 보도 행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일본 언론은 사실 자국의 이익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언론이라기보다는 정부의 홍보지 역할을 스스로 자임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성향은 산케이(産經)신문 같은 보수지뿐 아니라 중도,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 반발하는 일본 내 극우 진영을 달래기 위한 ‘내부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겸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 내부에도 이번 협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우익들을 향한 내부용 보도의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대응방안에 대해 박철희 교수는 “사실과 다른 기사가 계속 나올 경우에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도 “일본 정부의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쓰는 것에 대응하지 말고 명확한 원칙을 견지하며 일본 정부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언론 플레이에 대한) 강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병기·손우성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