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정부 간의 ‘12·28 합의’를 두고 일본 내에서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 세력들은 한국에 지나치게 양보했다고 비판하고 있는 반면, 양심 세력들은 ‘직접 사죄하라’며 아베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31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페이스북 등 SNS 계정에는 아베 정권을 지지하던 사람들의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 세력들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지난 12월 28일 회담이 열리기 전부터 비판입장을 드러냈다. 한 일본인 페이스북 이용자는 28일 회담이 열리기 직전 아베 총리의 페이스북 계정에 “아직 늦지 않았으니 기시다 외무상을 즉각 귀국시키라”는 댓글을 올렸다. 또 양국 간 최종 합의가 발표된 이후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은 더 노골화됐다. ‘기대했으나 실망이다’, ‘더 이상 아베 정권을 지지하지 않겠다’ 등 일본 보수층의 비난 댓글은 계속해서 아베 총리를 공격하고 있다. 보수파 논평가인 후루타니 쓰네히라(古谷經衡)는 아사히신문에 “아베 총리를 ‘혐한(嫌韓) 스타’로 추대하던 ‘넷보수’(인터넷상의 보수 세력)는 위안부 문제에서 일절 타협을 용인하지 않는 강경 자세를 기대했다”며 “그런 만큼 (이번 합의로) 배신당했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양심 세력들은 보수 세력과 반대의 이유로 아베 총리를 비판하고 있다. 일본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은 지난 12월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합의에 대해 “피해자가 사죄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재차 총리 자신이 공식적으로 (사죄를) 표명하라”고 밝혔다. 또 전후(戰後) 보상과 재일한국인 문제에 관여해온 변호사 37명도 30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가해 사실을 언급하고 책임을 인정하면서 진심으로 사죄하고, 사죄의 증표로서 배상 등의 구체적 조치를 실시하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