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사항과 관련, 일본 정부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면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나가는 한편 일본 정부의 허위 주장이나 이중 플레이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는 ‘투 트랙’ 기조를 취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을 갖게 된 배경에는 일본 언론들이 자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합의 사항을 뒤집는 보도를 이어가고 일본 정부가 제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고 방관할 경우 ‘12·28 합의’의 커다란 조건인 ‘합의 사항에 대한 착실한 이행’이 사문화할지 모른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 정부 역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법적 책임을 요구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설득하며 기금 재단을 잘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3중고를 안고 있어 합의 사항의 정착 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일 정부에 따르면 최근 아사히(朝日)와 산케이(産經) 신문 등 일본 언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관계자를 통한 ‘소녀상 철거 조건 10억엔 재단 출연’ 등 12·28 합의를 뒤집는 왜곡보도가 잇따르자 일본 정부에 성실한 이행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로 했다. 또 일본 언론의 왜곡 보도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인해 달라고 적극 요청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의 이 같은 기류가 일본 정부에 전해지면서 그동안 왜곡보도에 대해서 제대로 사실 여부를 규명해 주지 않았던 일본 정부는 소녀상 보도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는 선제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한·일 위안부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 사죄금 수령 거부 의사를 보이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만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고위급 인사를 보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합의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