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바다에서 본 일본 섬 하시마. 군함처럼 생겼다고 해서 군함도라고 불린다.

‘강제징용’ 문구 추가 약속하며
일본, 7월 세계문화유산 등재
日해설사 “조선인 돈 받고 일”

“하시마(端島)는 선조들이 근대화를 위해 노력한 경험이 묻어 있는 멋진 섬입니다.”

지난 22일 일본 규슈(九州) 나가사키(長崎)시에 있는 일명 ‘군함도’라고 불리는 하시마에서 자원봉사로 문화유산을 설명하는 한 해설사의 설명이다. 나가사키항에서 배를 타고 30여 분을 가면 나타나는 회색의 섬 하시마는 지난 7월 ‘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의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다. 한국과 중국 청년들이 강제 징용으로 끌려와 석탄 채굴 강제노역을 했지만 정작 하시마에서는 그런 기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 개발을 위해 역사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는 취지로 21일부터 국내 학계 관계자들과 함께 하시마 등을 답사했다. 답사를 통해 새삼스럽게 확인된 사실은 한·일 간의 역사 인식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나가사키항 매표소 옆에는 하시마 모습을 알려주는 모형이 있다. 모형에는 아파트, 병원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잘 짜인 계획도시임을 알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안내문, 관광 책자 어디에도 당시 이곳에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로 끌려와 일했고 조선인 수백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는 언급은 없었다.

하시마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때 한국이 반대하자 일본은 강제 징용을 의미하는 설명 문구(forced to work)를 추가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전제로 하시마의 유산 등재가 결정됐다. 하지만 일본은 이후 ‘forced to work’가 강제 노동을 뜻하는 게 아니라고 강변하며 약속을 어겼다. 하시마 문화유산 해설사들은 한결같이 “조선인들은 월급을 받고 일한 근로자”라고 주장했다.

해설사들은 하시마가 현대식 시설을 가진 것을 자랑하는 데 설명을 집중했다. 일본 최초의 7층 아파트, 목욕 시설과 유치원부터 초·중학교를 갖춘 교육시설, 1초에 8m를 내려갈 수 있어서 일제 당시로는 초고속인 엘리베이터 등을 자랑했다. 징용에 끌려온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주거지역은 공사 중이라는 이유로 출입을 하지 못하게 했다.

한 해설사는 “아직도 이곳에는 석탄이 많이 매장돼 있지만 석유에 밀려 그 효용가치가 떨어져 채광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조선인과 중국인의 강제 징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정영미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장은 “일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을 할 때 우리 선조들이 강제 징용을 통해 이곳에 왔음을 명시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나가사키항에 있는 하시마 모형에 이 같은 문구를 넣은 설명문을 만드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가사키=글·사진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