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집단 利害 담느라 명칭 길어져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무려 27字

특별법 중에는 수십 년 전 제정돼 형법과 보완 관계를 유지하며 제대로 ‘정착된’ 법률이 있다. 사회 변화에 따라 형법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의 형벌 체계를 규정하는 법률도 특별법이 가진 속성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1년 동안 처리 건수가 한 자릿수에 그치거나, 다른 법률을 개정하거나 형법으로 적용이 가능한 데도 신설돼 법 체계의 균열을 가져오는 특별법도 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18일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특별법이 필수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분야도 있지만, 비슷한 특별법을 개정하거나 기존 형법으로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한 데도 대중의 요구에 영합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1960∼1990년대 제정된 근로기준법·도로교통법·식품위생법 등은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서 연간 1000건 이상씩 처리된 법률이다. 반면 계량법·부동산가격공시및감정평가법·소음진동관리법·식물방역법·유선및도선사업법·전투경찰대설치법·환경범죄등단속및가중처벌법 등 명칭도 다소 생소한 이 같은 법률들은 모두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서 각각 10건 미만으로 처리됐다. 농약관리법 등 한 건도 처리되지 않은 특별법도 있다.

특별법이 300개가 넘다 보니 이름이 이례적으로 긴 법률도 눈에 띈다.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취득및보상법·대부업의등록및금융이용자보호법·배타적경제수역에서의외국인어업등에대한주권적권리행사법·제주특별자치도여행객에대한면세점특례규정·친환경농어업육성및유기식품등관리지원법 등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집단의 여러 이해관계를 법안 명칭에 담으려 하다 보니 명칭이 지나치게 길어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회 변화를 반영한 특별법도 있다. 물과 관련된 특별법은 1962년 제정된 수도법밖에 없었지만 먹는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물 산업이 발전하면서 1995년 먹는물관리법, 2007년 해양심층수개발및관리법 등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같은 먹는 물이라도 수돗물에 관해선 수도법의 적용을 받게 되고, 해양심층수는 해양심층수개발및관리법, 이 외의 먹는 물은 먹는물관리법이 적용된다.

다른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폐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