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건때마다 ‘특별법’ 양산
상습폭행 가중처벌‘폭처법’등
형량만 가중한 비정상적 법도

대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형사 특별법’ 탓에 형법 체계 근간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일고 있다. 1953년 제정 이후 부분 개정만 이뤄진 형법을 보완하기 위해 임시로 또는 예외적으로 마련된 특별법들이 포퓰리즘 입법 경향을 보이면서 형법을 침해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비정상적인 형법 체계 전반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8일 대법원이 발간한 ‘2015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형벌의 종류와 건수 등 모든 면에서 특별법이 형법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서 형법은 살인죄·사기 공갈 등 39개의 죄명으로 분류돼 12만5635건이 처리됐다. 반면 특별법은 죄명이 325개나 됐고, 처리 건수 역시 14만1442건으로 형법보다 1만5807건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법이 증가하면서 형법과 동일한 행위를 규제하고 있지만, 법정형만 가중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특별법도 생겨났다. 최근 국회는 상습폭행 등을 가중 처벌하도록 한 ‘폭력행위등처벌법’, 상습절도 등을 규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을 각각 개정했다. 그러나 국회의 자발적인 입법 자정 노력으로 개정된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형법과 특별법 간에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발생한다”며 위헌 결정을 하자, 이에 따라 뒤늦게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조항 외에도 형법과 배치되는 특별법이 많다고 보고 있다. ‘특별법 신설 및 개정→형법과의 배치→위헌 결정→개정 및 폐지’ 등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수사기관과 법원은 법 적용을 놓고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법은 형량을 가중하기 위해 마련한 포퓰리즘적 입법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동하·이후연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