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신속하게 해야
정치가 발목잡아선 안돼

한국 경제가 중국과 일본, 미국 사이에서 일명 ‘샌드백’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 사업재편을 위한 기업혁신, 규제개혁이 절실한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1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한국 경제 5대 이슈’ 세미나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은 사전에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금융 부실과 국민경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금융기관과 국민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시장, 사모펀드시장,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이용한 구조조정과 기업을 건전사업부문과 부진사업부문으로 분할해 구조조정을 하는 방식 등으로 시장기반 구조조정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은 소유주·경영진·은행·노조 간에 책임을 먼저 규명한 후 손실분담 원칙에 따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기업의 M&A를 공격적으로 진행해 기술력을 높이고 잠재적 위협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과 일본은 기업 구조조정 및 사업재편에 대한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2011년 12차 5개년 계획, 2013년 중점업종기업 인수·합병에 관한 지도의견 등을 발표해 조선·철강·자동차 등 전통사업 개조에 나서고 있다.

일본도 1999년 산업활력법, 2014년 산업경쟁력강화법 등으로 선제적 사업재편활동을 지원 중이다.

김 연구위원은 표류하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에 대해서는 “국가적 중요 과제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더라도 전문가 집단의 세밀한 연구와 조사를 신뢰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도 오히려 공급과잉업종으로 국한시키지 말고 모든 기업에 기활법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 국회는 구조조정 촉진법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면서 “자발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재편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도 기활법을 조속히 처리해 합병 분할 등 기업의 사업재편과 관련한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