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에 환상 불러일으키는 철저하게 정치적 기획된 책”

‘정의롭지 않은 정의?’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왔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자유경제원이 3일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본원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결코 정의롭지 않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샌델 교수의 정의론이 공동체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시대 역행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샌델 교수는 철저하게 자기에게 유리한 사례들만 채택함으로써 그의 논리의 문제점을 찾아내기 어렵게 만든다”며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기획된 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사회과학자는 자신의 이론과 맞지 않는 사실은 아예 무시하거나 아니면 교묘하게 자신의 이론을 동원해 그것을 설명하는데, 이것에 능수능란한 사람들이 바로 마르크스주의자들”이라며 “마르크스 이론이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갖고 여러 사람의 가슴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샌델의 공동체주의에 설득된 사람들은 아무리 그의 철학을 비판하고 반박 사례를 제시해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연 우송대 교양교육원 교수 역시 “이 책에는 특수하고 작위적인 사례 설정이 많다”며 “샌델의 강의에서 유명한 ‘기관사, 열차, 선로에 대한 첫 에피소드’와 같은 사례 설정들이 딜레마적 상황을 보여주기 위한 것임을 이해하지만, 사실 일상적이지 않은 특수한 경우에나 ‘공공 선’의 가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는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공동체에 대한 환상을 마치 학문적인 것인 양 올바른 담론인 양 포장해 놓은 고도의 지적 기만 서적”이라고 신랄히 비판했다.

남 교수는 “샌델 교수는 도덕이 관여하는 정치를 주장하고 있으며, 윤리가 정치와 사회 운영에 관여하는 순간 그 영향력은 갈수록 증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