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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의 예산삭감 과정
靑, 사전조율 개연성 커
‘보고누락’조사 부산떨고
주철기만 ‘문책성 교체’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국방부의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예산 요청액(1618억 원)을 40% 수준인 670억 원으로 삭감한 데다 유럽 방산업체들이 소스코드 제공 등의 문제로 유럽의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 기술과 기체와의 접목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건군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KF-X 사업의 순조로운 이륙이 힘들게 됐다.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에서 사업단은 출범하더라도 자동 순연돼 사실상 차기 정부로 이전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의 예산 삭감 과정에 청와대 의중이 반영됐는지도 최대 관심사다. ‘4월 방사청의 청와대 보고누락 은폐의혹’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재구성된 일련의 사건 시간표가 정황증거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국회에서 “6월 청와대에 미국 정부의 4개 핵심기술 이전 불가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 삭감이 확정된 시점은 9월 이전이다. 기술이전 불가 사실을 알고 사업 전반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예산을 삭감해놓고도 9월 말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이 같은 은폐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관계자들은 딴청을 부렸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 예산이 추가 삭감될 경우 현실적으로 현 정부에서 사업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정부 관계자의 설명은 재검토 수순을 밟는 듯한 인상도 준다. 국방부만이 아직 사업 포기 단계는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현재 방사청, 국방부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핵심기술 이전 보고누락 및 사업 부실 관련 결과도 사업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지난 19일 사업을 관리하던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KF-X 핵심기술 이전 무산 및 보고누락 책임 등으로 문책당한 데다, 여야 의원들이 추가 삭감을 벼르고 있다. KF-X 사업 앞길은 산 넘어 산이다.

국회 국방위에 따르면 기재부는 예산 삭감의 이유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인도네시아와의 국제공동개발사업 계약 체결이 미뤄진 데다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차기전투기(F-X) 사업 절충교역으로 제공하기로 한 21개 항목 기술이전(14억 달러)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수출허가(E/L) 승인이 계속 미뤄진 것을 들고 있다. 2025년 이후 30년 이상 운용할 KF-X 사업이 기술이전 무산으로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 전투기 전력 공백은 불가피하다. 대체해야 할 전투기가 부족해 운용하는 노후기종의 경우 추락사고도 우려된다.

정충신·이제교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