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1618억→ 670억으로 줄어
뒤늦게 드러나… 추진 의지 있나
전투기 노후화…전력공백 우려

체계개발비만 8조1000억 원에 달하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첫해(2016년도) 국방부의 예산 요청액이 기획재정부에 의해 절반 이상으로 대폭 삭감돼 사업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23일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국방부의 KF-X 사업 2016년도 예산요청액은 670억 원으로 방위사업청이 요청한 1618억 원의 약 4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기재부는 예산삭감 이유와 관련, △국제공동개발사업인데도 방사청이 인도네시아와 사업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 △미국의 4개 핵심 기술이전 불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21개 절충교역 최종 수출허가(E/L) 승인이 미정인 상태(11월 말 예정) 등 ‘사업의 불확실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02년 김대중정부 때 연구·개발(R&D) 사업을 시작해 박근혜정부에서 첫삽을 뜨기로 한 KF-X 체계개발 사업이 자동 순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경우 상당기간 전력 공백도 우려된다.

특히 기재부가 예산 대폭 삭감을 결정한 것은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지난 4월 미국의 4개 핵심기술 이전 거부통보와 관련, 방사청의 청와대 늑장보고 의혹이 드러나기 이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1618억 원의 예산에는 KF-X 기본 형상 제작과 KF-X 사업단 출범 및 절충교역 기술이전을 위한 해외출장 등과 관련한 항목이 포함돼 있다.

국회 정두언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여야 국방위원들 상당수가 사업 부실과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재부가 제출한 예산마저 삭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KF-X 사업은 방사청으로부터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 기술 이전을 요청받은 유럽 방위산업체들이 공군과 방사청에 “기술 접목 시 소스코드 제공 등의 문제로 사실상 기술이전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AESA 레이더를 제작하는 유럽 방산업체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AESA 레이더와 더불어 해외 도입 무장 등 유럽기술을 기체에 접목하는 것은 소스코드 제공 등의 문제로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예산이 깎인 것은 맞지만 아직 사업을 포기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