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정상회담 적극 추진
동북아 외교 허브 국가로 부상

박근혜 대통령의 2일 방중 및 ‘중국 인민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올해 하반기 한·중·일 외교지형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한국은 북핵 문제 관련한 ‘미·중 협력 촉진의 매개자’로, 일본은 ‘미국을 대신하는 대(對)중 견제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으로 한국과 일본의 역할이 뚜렷하게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의 방중으로 북핵 문제에 중국의 적극적 공감을 이끌어내면 이후 미·중 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외교일정을 활용해 한·미·중 3국 협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 발표로 중국의 반발을 빚은 데 이어 중국 전승절 기념 행사에 총리는 물론 정부 대표단도 파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가 참석하기는 하지만 현직 관료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본의 존재감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이태환 센터장은 “미·일 동맹이 탄탄하다고 하지만 중국과 불편한 관계라는 점이 앞으로 동북아 환경 속에서 일본의 핸디캡이 될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을 내세워서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지만 사실 그 이상 일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진단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역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좌담회에서 “현재 미·중 관계가 지니는 경쟁과 협력의 두 측면 중 일본은 경쟁의 측면, 한국은 협력의 측면에 방점을 두고 동맹차원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이 미·중 간의 간극을 벌리는 역할을 한다면 한국은 북핵 문제를 매개로 미·중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 계기에 한·미·중 협력 체제 구축과 함께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재개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연내 개최되고 그 기회에 한·일 정상회담도 성사된다면 한·미·일 협력을 요구해온 미국에도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잇고, 일본과 중국을 연결하는 동북아 외교의 허브 국가로 떠오르게 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한·일, 일·중 간에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3국 정상회담 재개를 이끌어낸다면 한·중·일 협력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