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영접 채비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모터사이클 경찰들이 1일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각국 지도자 영접 및 경호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작년 APEC - 내년엔 G20
국제사회 리더로 우뚝

美·日 보란듯 힘의 열병식
항일전쟁·2차대전 70주년
역사성·국제성 동시 부각

증시 폭락… 7%성장 위협
경제 둔화가 발목잡나 우려

중국이 3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식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다시 한 번 ‘대국굴기(大國굴起·대국으로 우뚝 섬)’를 과시할 전망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들어 중국은 지난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에 이어 올해는 전승절에 해외 정상들을 초청하고 내년에는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개최하는 등 거의 매년 국제적 행사를 치러내며 국제사회의 ‘리더’로 스스로를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에는 협력의 대상이자 라이벌인 미국에 대한 도전과 함께 미국과 손잡고 중국과 각을 세우는 일본과 대립하는 성격도 짙다. 그러나 대외적인 행사를 거창하게 치러내는 이면에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드리워 경제 문제가 대국굴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중궈멍(中國夢·중국의 꿈)’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외교적으로는 대국으로서 당당하게 역할을 하겠다는 대국굴기를 새로운 방향으로 삼아왔다. 집권 2년 차인 지난해는 APEC 정상회의를 치러내며 아시아에서의 리더십을 부각한 데 이어 올해는 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중국의 항일전쟁과 이를 연계해 기념행사를 전승절 사상 유례없는 해외 정상들을 초청한 열병식이라는 형식을 통해 중국의 굴기를 전 세계에 과시하게 됐다.

특히 시 주석은 과거 다른 지도자들보다도 더 빨리 열병식을 개최하고 이를 국제적 행사로 만들면서 ‘제2의 마오쩌둥(毛澤東)’이라는 별명처럼 군통수권자로서의 장악력과 집중된 권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중국에서 열병식은 마오 전 주석이 1949년 10월 1일 신중국 건립을 선언하고 개국 열병식을 연 뒤 국경절에 열려 왔다. 마오 전 주석이 매년 하던 열병식의 횟수가 줄어들어 10년 주기로 한 뒤 가장 최근에 열린 열병식은 지난 2009년 건국 60주년 열병식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사열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건국 70주년인 2019년이 아닌 2차 대전 종전 70주년으로 열병식을 4년 앞당긴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 주석의 대내적 권력 장악과 대외적 대국굴기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암운으로 중국 경제 둔화가 지목되면서 대국굴기에 경제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이 ‘고속 성장이 아닌 중고속 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를 선언했지만 중국 경제 성장률은 예상보다 급속히 둔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7% 안팎’을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로 잡았지만 이미 전문가들은 “7%는 이미 달성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이번 전승절 행사 참가 국가가 총 49개국이라고 밝혔으나 이 중 서방진영 국가 정상이 참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가 정상이 참석하는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