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신고하세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미신고 역외소득 재산 자진신고제도 시행과 관련한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50國과 조세정보교환협정
해외은닉자들 심리적 압박

경제규모 비슷한 호주 경우
세수 5000억 더 걷은 전례

횡령·배임 관련자는 제외

정부가 1일 사상 처음으로 미신고 역외소득과 재산에 대한 자진신고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역외 세원(稅源)을 양성화해 세수를 늘리는 한편 조세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과세의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등 거주자와 내국 법인이 역외에 얼마나 많은 소득과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2013년 11월 국제조세협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87조 원의 미신고 역외소득과 재산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 적이 있을 뿐이다.

정부는 이번 미신고 역외소득과 재산에 대한 자진신고제도 시행으로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호주의 경우처럼 약 5000억 원의 세수가 추가로 걷힐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수가 5000억 원 더 걷힌다는 의미는 역산(逆算)하면 우리나라 거주자와 내국 법인이 세정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역외소득 및 재산의 규모가 약 4조 원이라는 뜻이다.

정부는 자진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해외 은닉 소득과 재산에 대해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을 통해 엄격하게 처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계좌 정보를 받을 수 있는 다자간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에 가입하고 있는 나라에는 영국 등 전 세계의 50여 개 국가가 포함돼 있다. 최근 다자간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에 가입하는 국가가 늘고 있기 때문에 자진신고를 하지 않고 해외 은닉 재산과 소득을 계속 갖고 있다가는 들킬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정부가 이번에 자진신고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자진신고제도가 없을 경우 미신고 역외소득과 재산을 갖고 있다가 적발된 우리나라 거주자나 내국 법인에 대한 민·형사상의 처벌 강도가 매우 혹독하기 때문이다.

신고 기간은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 세정 당국이 세금을 물릴 수 있는 기간은 일반세목은 5∼15년, 상속·증여세는 10∼15년이다. 단, 국외 상속·증여재산이나 명의신탁 재산 등은 재산이 있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1년이다. 이 같은 내용에 해당하면 모두 신고 대상이 된다. 자진신고 기간은 오는 10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이지만, 대부분의 자진신고는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늘어난 세수는 내년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자진신고를 하면 최대한 관용을 베풀겠지만, 해당 역외소득과 재산 형성 과정에서 횡령, 배임, 사기 등 중대한 범죄 및 불법 행위가 관련돼 있는 경우에는 ‘모럴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해 자진신고를 하더라도 적법 절차에 따라 형사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