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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내수 안전성 차별’ 오해 없애려
두 전문가가 미국·한국서 무작위 선정
300명 앞에서 시속 56㎞로 정면 충돌
차량 모두 파손정도 비슷해 의혹 벗어

지난 22일 오후 8시 인천 연수구 송도동 국제업무지구역 인근에 마련된 현대자동차 스트리트 서킷. 쏘나타 30주년 고객 초청 자동차 영화시사회에 참석한 고객 300여 명 앞에서 예상치 못한 행사가 벌어졌다. 세계 최초로 실외에서, 그것도 일반인들 앞에서 시도되는 ‘차 대 차(car to car) 공개 충돌 시연회’였다. 시연회는 생산지역이 다른 쏘나타 2.0 터보를 운전석과 조수석에 남성 및 여성용 더미(실험용 인형)를 탑승시키고 무선 조종을 통해 법정 시험속도(시속 48㎞)보다 빠른 시속 56㎞로 정면 충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5, 4, 3, 2, 1…” 하는 초읽기가 끝나자 양쪽에 서 있던 빨간색(미국산) 쏘나타와 파란색(국내산) 쏘나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니 행사장 가운데서 “꽝”하는 굉음과 함께 정면으로 부딪쳤다. 생각보다 훨씬 큰 충격음에 안전선 주위에 몰려 있던 고객들 사이에서는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충돌 시 충격으로 엔진룸이 훤히 보일 정도로 차 앞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진 두 차량에서는 범퍼와 헤드라이트 등에서 부서진 파편들이 튀어 올랐고 흰 연기도 살짝 솟구쳤다. 한눈에 봐도 서로 엇비슷하게 부서진 두 차량에서는 잠시 뒤 충돌 때문에 누출된 엔진오일 등이 흘러나왔다.

이날 충돌테스트는 자동차 강판 두께와 에어백 성능 등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의 안전성이 다르다는 뿌리 깊은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마련됐다. 충돌에 앞서 현장에서 실시한 즉석 조사에서도 국내산과 미국산 사이에 ‘차별이 있다’는 응답이 74%로 ‘없다’(26%)보다 훨씬 많았다. 쏘나타 고객들조차도 국내와 해외에서 판매하는 차량이 다르다고 믿고 있었던 셈이다. 미국산 쏘나타는 자동차 전문가 김필수(자동차학) 대림대 교수가 미 앨라배마 공장에서 제작된 차를 로스앤젤레스에서 구입해 손도장과 서명 등을 남긴 뒤 국내 운송했고, 국내산은 아산공장에서 유명 자동차 블로거 이대환(ID 마대빠더) 씨가 골라 사전조작 의혹을 차단했다.

관심을 모은 것은 생산지가 다른 두 쏘나타가 같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느냐 여부와 한국신차안전도평가(KNCAP) 정면 충돌테스트 방식을 응용한 시험 결과였다. 중요 평가포인트는 3가지로 A필러(앞유리와 옆유리 사이 기둥)가 밀려들어갔는지 여부와 에어백 팽창 여부, 충돌 이후 문이 잘 열리는지 등이다. 충돌 시 운전자와 탑승객이 있는 승객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A필러가 잘 버텨줘야 하는데 이날 시험에서는 두 차량이 각각 시속 56㎞씩 달려 상대속도가 시속 110㎞가 넘는 충돌에서도 A필러가 모두 멀쩡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백은 물론 운전석 무릎 에어백까지 정상적으로 펼쳐졌고, 차 문도 정상적으로 열려 위급상황에서 차 밖으로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교통안전공단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시판되는 차를 대상으로 한 KNCAP 충돌테스트는 정면과 40% 오프셋, 측면, 좌석, 보행자, 전복 안정성 등의 항목에 대해 진행된다. 정면 충돌테스트는 시속 56㎞ 속도로 콘크리트 고정벽에 정면충돌시켜 더미의 머리와 가슴, 다리 등 부위별 상해 정도를 5단계로 측정한다. 실제 도로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충돌 상황을 가정한 40% 오프셋 충돌테스트는 운전석 쪽 40%만 시속 64㎞ 속도로 평행한 고정벽에 부딪히게 해 상해 정도를 확인한다. 이밖에 측면 충돌테스트는 차 옆면을 시속 55㎞ 등의 속도로 부딪혀 머리 등의 상해도를 수치화한다. KNCAP와 유사한 유럽신차안전도평가(EURO NCAP)에서는 정면 충돌테스트 대신 어린이 보호 정도에 대한 평가항목이 추가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신뢰도 높은 자동차 충돌테스트를 하는 곳은 정부기관이 아닌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다. IIHS는 정면과 측면, 지붕 강성, 머리 지지대 및 좌석 안전도 등과 함께 2012년부터 스몰오버랩(small overlap) 테스트를 실시해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을 긴장시켰다. 이 테스트는 시속 64㎞로 차량 앞부분 25%만을 비껴 충돌시키는데 충돌 부위가 적을수록 충격 분산이 어려워 설계 단계부터 충돌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기 힘들다. 국산차 중에는 현대차 제네시스와 쏘나타 등이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비롯한 IIHS 평가에서 최고 안전등급을 받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신차 안전성이 높아지면서 더 안전한 차와 그렇지 않은 차를 가려내기 위한 충돌테스트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면서도 “현재 국산차의 안전성은 세계 수준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 =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