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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등 ‘찾아가는 쏘나타 모터쇼’
1~7세대에 맞는 대중음악으로 소통

“내가 젊었을 때 타던 차가 있네. 이때만 해도 이곳저곳 휘젓고 다녔지.” “기억난다. 내가 초등학교 때 아빠가 처음 산 차였어.”

지난 22일 오후 10시 부산 해운대 휴가길에서 우연히 추억의 차를 마주친 김성만(57) 씨 일가족은 이야기꽃을 피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들 앞에는 1985년 출시된 1세대 쏘나타가 놓여 있었고 당시 유행했던 이선희의 노래 ‘한바탕 웃음으로’가 흘러나왔다. 김 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것과 똑같은 차를 타고 가족여행을 많이 다녔다”며 “벌써 30년 전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곳은 현대차가 쏘나타 출시 30주년을 맞아 설치한 간이 모터쇼 현장. ‘찾아가는 쏘나타 모터쇼’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지난 12∼16일 충남 대천해수욕장에서 시작해 20∼24일에는 해운대해수욕장, 28일∼9월 1일 서울 제2롯데월드몰, 9월 5∼6일 대구 이월드 등 전국 4개 지역을 순회하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를 통유리로 개조한 2층 전시장에는 쏘나타 1∼6세대가 순서대로 전시됐고 1층에는 7세대(LF) 쏘나타의 파워트레인별 모델 7종류와 함께 실물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 등이 놓여있었다.

조촐한 규모에 관람객들이 얼마나 몰릴까 싶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5일간 진행된 해운대 모터쇼에서는 부스 방문 관람객만 5만7934명에 달했고 행사 중간에 열린 공연 관객까지 포함하면 10만500명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다. 관람객들은 입이 벌어질 만한 고성능 슈퍼카 대신 한때 골목을 누비고 다녔던 동네 차에도 충분히 열광했다.

비결은 옛날 감성에 있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의 선곡에 따라 세대별 쏘나타에 어울릴 만한 대중음악이 해당 차량 주변에 깔렸고 그 근처에는 당시를 상징하는 물건이 놓여 있었다. 이를테면 1세대 쏘나타에는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과 모토로라 벽돌 휴대전화, 2세대(1988년) 쏘나타에는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와 삼성 마이마이 워크맨, 3세대(1993) 쏘나타에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과 모토로라 삐삐가 배치되는 식이었다. 당시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도록 적절한 소재를 나열한 뒤 관람객들에게 ‘소통’을 장려하는 느낌이었다.

수익과 직결되는 행사가 아닌데도 현대차는 이 행사에 큰 공을 들였다. 1세대 쏘나타는 현대차 연구소에서도 구할 수 없어 전북 전주에서 실제 운행되는 차량을 빌려왔고 최근 인기 밴드를 섭외해 공연까지 열었다.

부산 =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