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통제 북한의 ‘8·20 연천 포격 도발’로 남북한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 민간인통제구역(민북지역) 출입을 통제하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유엔, 남북상황 변화에 촉각
“향후 2~3일 전개추이 관건
추가 도발땐 새차원 문제로”

러시아 北 도발 직후 성명
“매우 우려… 무력충돌 자제”

북한이 20일 연천 포격 도발에 이어 21일 준전시 상태까지 선포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은 “한반도 방어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한·미 동맹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러시아가 남북 간 무력충돌 자제를 선언하고 나선 가운데 유엔에서는 북한의 잇따른 군사도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유엔 고위 소식통은 2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잇따른 도발 행위가 유엔 안보리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앞으로 2∼3일 사이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사태가 진정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안보리가 이 문제를 다룰 것인가와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소식통은 “아직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말하기는 힘들지만, 긴장이 더 고조된다면 단순히 안보리가 다루는 것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유엔 역시 이 문제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리 카네코 유엔 부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 상황을 심각한 우려 속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상황 전개를 봐 가면서 유엔의 입장을 다시 언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8일 유엔 안보리에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은 “정전협정 위반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 자제를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잇따른 도발 행위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안보리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의 요청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한국은 먼저 상임이사국이자 동맹국인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 미국이 이날 한반도 방어 의지가 확고하다고 재확인한 만큼, 그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 관측이다. 또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한다면 수위에 따라 안보리 의장성명이나 결의문 채택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러시아가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 직후 성명을 통해 “군사분계선에서 남한과 북한 사이에 포격전이 벌어진 것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무력 충돌 자제를 요청하고 나서면서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는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한국이 대응조치로 서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하자 한반도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면서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긴급 상정한 바 있다.

한편 중국 매체들은 21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군인들에게 완전무장할 것을 명령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 같은 뉴스 속보에 촉각을 세우면서 “전승절을 앞두고 왜 저러는 것인가”라며 한반도 긴장을 일으킨 북한을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런민왕(人民網)과 신화(新華)통신 등 매체들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인용, “21일 17시부터 ‘준전시 상태’에 돌입한다”면서 전군의 완전무장을 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날 서부전선 포격 도발과 관련, 포격을 부인하며 한국군의 대응사격에 대해 오히려 “군사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그러면서 “전승절 행사를 앞두고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전승절에 악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촉각을 세웠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의 관련 뉴스에는 이날 오전 약 1500명의 네티즌이 ‘김씨 왕조는 망해야 한다’는 등의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