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수습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오른쪽) 롯데그룹 회장이 4일 경기 오산시 부산동 롯데마트 오산물류센터를 방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공시자료만으론 확인 불가
금융당국조차 파악 안돼

2009년 롯데쇼핑 社史선
“단 한푼도 日에 송금안해”
사실상 ‘거짓 주장’ 논란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 불거진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롯데에서 발생한 이익잉여금 중 일본으로 송금된 정확한 규모가 얼마인지를 놓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조차 정확한 송금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일본 주주들은 최소한의 배당금만 받는다”는 롯데그룹의 해명과는 달리, 과거 롯데 측이 발간한 사사(社史)에선 이를 뒤집는 주장이 발견됐고,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공시자료에도 상당한 액수가 일본계 주주들에게 배당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계 주주들에게 339억8426만 원을 배당했다.

계열사 별로 보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있는 호텔롯데(일본계 주주 99.28%)는 254억 원, 부산롯데호텔(100%)은 48억8000만 원, 롯데케미칼(9.3%)은 31억8600만 원, 롯데로지스틱스(45.34%)는 3억2400만 원, 롯데캐피탈(1.92%)은 1억9176만 원 등이었다. 이들 계열사는 2013년에도 롯데캐피탈(1억5980만 원)을 제외하면 지난해와 똑같은 금액을 일본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호텔롯데는 지난 2005년 배당을 시작한 후 일본계 주주들에게 약 2000억 원을 배당해왔다. 롯데그룹 측은 이에 대해 “일본계 주주들은 최소한의 배당금만 받고 나머지 이익잉여금은 전부 한국에 재투자하고 있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발간한 자료에서 이를 뒤집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09년 롯데쇼핑이 발간한 사사 ‘롯데쇼핑 30년사’를 보면 “신격호 회장은 그간 한국에 불변가치 기준 약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모국 투자에 대한 과실송금은 단 한 푼도 하지 않았다”고 나와 있다. 2009년에 발간된 자료이긴 해도 “단 한 푼도 송금하지 않았다”는 대목은 스스로 자신들의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대부분의 계열사가 상장이 되어 있지 않아 공시자료만으로는 정확한 배당 규모를 알 수가 없는데 금융당국조차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통 배당을 할 때 회사가 개별 주주 계좌로 송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1회 2000달러 이상 송금되면 일반 외국환은행(거래은행)에서 어떤 돈인지 묻는데, 그때 배당금이라는 것을 증명하면 되고 은행 창구에서 확인하는 개념이지, 금감원에서 전체 배당금이 얼마인지 파악하지는 않고 일일이 관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노기섭·박정경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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